[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 어느 골목안, 19일 서울 신길동 골목길이 개소식 축하객들로 붐볐다. 우직한 사람들의 사랑과 연대의 기적’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이 문(門)을,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한 지 100일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첫 손님을 맞았다. 길놀이, 고사 등 사전행사에 이어 전시·문화공간인 ‘판’에서 본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일제히 “꿀잠을 짓자. 들어가 살자”를 외쳤다.
개관식에는 비정규직 노동자·해고노동자 100여명을 비롯해 ‘두 어른’ 전시회를 열어 꿀잠 건립비를 보탠 백기완 선생, 김세균 서울대 명예 교수, 양길승 녹색병원 전 원장 등 300여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축하인사와 꿀잠 대표인 조현철 신부의 인삿말이 이어졌다. 조 신부는 “2000여 명의 후원과 연인원 1000여 명의 재능연대로 지어진 집”이라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꿀잠과 함께 꿈꾸고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정택용 사진가가 100일 간의 공사과정을 기록한 영상물 상영, 공사현장에서 땀으로 연대한 ‘꿀잠 꾸러기’들의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첫 손님인 비정규직·해고노동자들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삼표동양시멘트 윤광채씨, 하이디스 최지은씨 등 비정규직·해고노동자 8명이 첫 손님으로 꿀잠을 찾았다.
꿀잠’은 2015년 7월부터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사목자인 문정현 신부와 예수회 조현철·김정욱 신부,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개별 남녀 수도회 등이 뜻을 모아 설립운동에 나선 끝에 성사된 쉼터다. ‘장기투쟁으로 지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노동자가 마음 편하게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2015년 8월 처음 제안됐다. 2천여명의 시민이 모금에 참여해 7억 6천여만원을 후원했다. 올해 4월 공사에 착수한 뒤, 매일 평균 10여명의 시민이 손을 보태는 등 연인원 1000명의 시민이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했다. 그 결과 설립이 제안된 지 25개월, 공사를 시작한 지 100일 만에 꿀잠이 완공됐다.
건물 매입비용 약 12억원 중 6억원은 각계에서 보탠 후원금과 전시회 물품 판매수익금 등으로 충당했고 나머지는 건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완공되면 지하 1층, 지상 4층에 옥탑방을 갖추게 된다. 지하는 공연장과 회의실·행사장, 1층은 식당·대담실·장애인을 위한 공간, 4층과 옥탑방은 비정규 해고노동자 쉼터로 쓰이게 된다. 4층에 20명, 옥탑방에 5명가량이 잠을 잘 수 있다. 임차인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2~3층은 2018년부터 쉼터로 사용할 수 있다. 잠을 잘 공간이 필요한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은 간단한 상담을 받은 뒤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사회운동가들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노동자들은 사전 예약만 하면 꿀잠에서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신청자에 한해 법률상담과 건강상담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실, 법률교실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꿀잠은 인건비·관리비 등 꿀잠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후원을 받고 있다. 꿀잠쪽 설명에 따르면, 매달 550명의 후원회원이 납부하는 600여만원으로 대출이자와 식사비, 운영비, 활동비 등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꿀잠은 “월 이용객 200명을 기준으로 쉼터 운영, 사업 업무를 고려했을 때 최소 3명의 상근자가 필요하지만 재정여건 때문에 2명의 상근자만 뒀다. 매달 250여만원 적자가 예상돼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후원문의 02)85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