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며 학부모들이 반발, 새 학년 시작 2주 만에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합통신넷=온라인뉴스팀] 학부모들은 학생을 함부로 대하고 ‘왕따’를 조장하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 요구로 담임을 바꾼 교육당국의 대응을 놓고 교권 추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혁신공감학교인 경기 A초교에 따르면 3학년의 한 담임이 지난 16일 B(53ㆍ여) 교사에서 기간제교사로 대체됐다. 전체 학생 28명 가운데 19명(68%)의 부모들이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학부모들과 B교사의 갈등은 새 학년이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C군이 갑자기 쏟아진 코피를 닦으려 급하게 B교사의 휴지를 썼다가 호된 꾸중을 들었다는 얘기가 퍼진 게 단초였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따지려 여러 학부모들이 상의하면서 불안감은 확산했다.
같은 반 D군이 복도에서 뛰어 놀고 교실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문제아’로 낙인 찍힌 일도 드러났다. B교사가 반 전체 학생들에게 눈 감고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리는 벌을 주면서 D군 탓이라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는 것이다. 2학년 때 같은 반 아이에게 “D군이 전에도 그랬었느냐”고 묻는 등 망신을 주기도 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학부모들은 B교사가 애초 1학년 담임으로 배정됐던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달 23일 B교사가 1학년 담임이 됐다는 것을 알고 예비 학부모들이 학교에 민원을 넣자 바꾼 것이었다.
B교사는 이 학교 부임 첫해인 2013년 2학년 담임을 맡을 때 오른쪽 팔 골절로 깁스를 한 아이가 왼쪽 손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봐 글씨체가 서툴자 채점을 하지 않고 핀잔을 주는 등 평판이 좋지 않아 예전부터 담임으로 꺼려왔던 교사였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지난해 과학전담 교사 때는 수업은 않고 시청각 자료만 틀어준다는 소문이 퍼져 학교가 애를 먹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9일 등 3,4차례 학교를 찾아 항의했고 B교사가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담임을 바꿔달라는 목소리는 줄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교육청 등에도 투서를 넣으며 논란은 더 커졌다.
학교는 결국 지난 13일 B교사를 대신할 기간제교사를 채용했다. 학교는 물리적인 체벌은 없었으나 교수학습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담임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B교사는 학교의 방침을 수용하기로 하고 2개월간 병가를 낸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B교사는 “생활지도 차원에서 한 것들이 부풀려져 억울한 면이 있지만, 공인으로서 학교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병가를 낸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의 요구로 담임을 교체한 학교의 조처에 교권 침해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급작스런 담임 교체가 되레 학생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주장도 있다. 도내 한 초등학교 교감은 “수요자 만족과 학생 인권 못지않게 중요한 교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