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시론=이인권] 처음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의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상용 처방약과 의료적 프로토콜(연구·치료절차)이 정립되어 있는 일반 감기나 독감과 달리 신종 전염 바이러스는 치료백신이 없어 그야말로 국가적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보건당국으로서도 방역과 차단에 주력하며 증상의 대증적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19가 지역 확산되면서 국민의 일상생활이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렀다. 물론 전에도 신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떨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는 전염 속도나 범위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국내 상황에 더해 현재 세계 90개가 넘는 국가들이 한국인들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부수적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당국이 초기에 개인 방역의 일환으로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하면서다. 온 국민들에게 필수품으로 마스크를 각인시키면서 일시에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게 된 것이다.
이때 정부는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필히 사용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그에 대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물론 초기 단계에 코로나19가 지금과 같이 확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되고 온 국민이 일시에 마스크 확보에 나서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는 긴급히 마스크 대책을 수립해 공공채널을 통한 공급을 실시했다. 하지만 원활한 수급이 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게 됐다.
마스크 사재기가 횡행하고 오히려 마스크를 사러 몰려든 인파를 통해 코로나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서 마스크 대란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어 국민들의 지탄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마스크 공급 정책을 변경해 공적판매처가 아닌 민간 분야의 24,000개 약국을 통해 균등하게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개인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수량을 점검해 개인별 과다 구입을 예방하여 시급한 물량 수요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마스크 대란에서 나타난 문제는 초기부터 실시되어야 더욱 효과적이었을 대책들이 대통령의 질책이 있고서야 부랴부랴 마련되는 그 풍토다. 바로 정부조직의 뿌리 깊은 관료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점이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계선조직에서는 창의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국가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해야하는 관료들은 오히려 더 창의적이어야 할 터이다. 사회문화체계가 급변하면서 국민의 의식수준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관료사회의 고착된 틀 속에서 창발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정의 모든 분야는 상시적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수평적인 소통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최종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정치적 · 관료적 정책 입안에 앞서 그 분야 전문가들의 식견이나 경험과 지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이 참다운 국정 리더십이요 거버넌스다.
그래서 미국의 미래학자였던 앨빈 토플러는 종래의 관료조직을 대체할 미래형 조직으로 '애드호크라시'(adhocracy)를 제시했었다. 애드호크라시는 지위나 역할에 따라 종적 위계로 조직된 것이 아니라 기능과 전문적 훈련에 의해 유연성을 갖고 기능별로 분화된 횡적 혁신시스템이다.
특히 비상한 시국일수록 합당한 판단을 근거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정책과정에서 실기하면 후에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마스크가 “금스크”가 되는 것과 같은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적 난관 속에서 얻는 교훈을 토대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국정 프로세스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