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22일 출간하는 이 회창(82)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자신의 회고록(사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자신과 옛 새누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15~17대 대선에 연거푸 출마했지만 고배를 들어야 했던 1040쪽에 달하는 <이회창 회고록>(김영사, 1·2권)을 출간했다. 대법관·감사원장을 거쳐 국무총리, 한나라당 총재와 대선 후보로 20여년 보수정치의 중심에서 살아온 그는 “(탄핵 사태와 분당에 대해) 한나라당을 창당했던 나로서는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세력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2권 101쪽)라고 썼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일어나면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보수주의까지 싸잡아 비판 대상이 된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 본인 말대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총재는 전문 작가의 도움 없이 직접 연필을 들고 회고록을 쓴 이유로 “살아온 과정을 보고할 의무”와 함께 “대선 패자가 되면서 승자의 역사만 남았다. 뒷날의 공평한 평가를 위해 야당의 역사를 제대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들었다. 이 전 총재는 특히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득표율 1.53%포인트,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에게 2.3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이유에 대해 ‘왜 졌는가’라는 별도의 장을 따로 쓰는 등 깊은 회한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던 최규선 20만 달러 수수 의혹, 기양건설 10억원 수수 의혹, 김대업 병역비리 의혹 등 이른바 ‘이회창 3대 의혹 사건’에 대한 억울함과 해명을 담았다.
지금의 정치의 “보수는 끊임없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다”라며 “좌파가 선호해 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이 전 총재는 “보수는 대북 지원과 협력을 북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폐기와 체제 개방·개혁과 연계시키는 상호주의 원칙을 반드시 DJ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DJ 정권이 휘두른 사정의 칼날과 의원 빼가기 등 야당 탄압 실상도 낱낱이 언급했다. 대법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1993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으로 발탁된 과정, 다시 국무총리에 임명됐지만 와이에스(YS)와의 ‘충돌’로 ‘대쪽’ 이미지를 쌓으며 이후 한나라당 창당과 대선 후보로 나서는 과정 등이 패자인 ‘야당 총재’의 시각에서 쓰여져 한국 현대정치사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 정치’를 다룬 부분은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로부터 객관성 여부와 평가를 두고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이 전 총재는 “내가 대선에 패배하여 패자가 되면서 승자의 역사만이 남고 패자인 야당의 역사는 역사의 기록에서 실종되고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며 “뒷날의 공평한 역사 평가를 위해서도 야당의 역사를 제대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도 회고록을 쓰게 만든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며 3년에 걸쳐 회고록을 직접 집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후보(15, 16대)와 무소속 후보(17대)로 대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회고록은 1, 2권 3800쪽 분량이다.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전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고록 발간 배경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재 쪽은 “출판기념회와 같은 정치행사가 아니다. 출판사의 출간 설명회에 저자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해서 참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