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방송통신위 업무보고에서 여당이 추진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을 사실상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정부과천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핵심정책토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핵심정책 내용을 보고했다.
방통위, 개혁 추진 최우선 과제 공영방송
“이 법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받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지 않겠느냐”며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불과 닷새 만에 180도 바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하겠다”며 “국회에 그런 법안이 계류돼 있는데 그 법안의 통과를 위해 정부도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관계자나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개선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학자 및 전문가 뿐 아니라 종사자, 이해관계자 등을 모두 참여시켜 새로운 방송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방송·통신시장 '상생환경 조성'
방통위는 또 방송통신서비스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뿌리깊은 갑-을 관계 문화도 개선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지난해 7월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며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총 4개)의 골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KBS·MBC·EBS 등의 이사진을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6명으로 확대하고 이 중 3분의 2 동의(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다 국민의당·정의당 의원도 참여해 163명이 서명했다. 민주당은 5·9 대선 전 법안 처리가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대선공약에 포함시켜 추진 의지를 다져왔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집권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한 변심으로 비칠 수 있다.
이효성 위원장은 “방통위는방송이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고 국민들이 방송통신서비스를 안심하고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의 취지를 살려 국민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통해 공정하게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방송 중에서도 공영방송”이라고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영방송의 반성과 개혁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재검토는 친정부적 ‘소신’이 있는 인사를 임명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잖아도 검찰 등 권력기관에 이어 사법부에 대한 파격 인사가 개혁 명분으로 단행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코드화’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위원회 운영과는 별도로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방송법 개정안, 해직언론인 특별법 제정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개편하는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금 공영방송은 MBC에 이어 KBS의 노조 등 구성원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사 경영진의 인사권에 권력의 외압이 작용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런 파동은 정권 교체 때마다 되풀이될 것이다. 언론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이다.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요건이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드린다”고 했다. 언론과 국민은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