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 붕괴의 촉매제가 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빚더미 위에서 성장한 중국 경제 붕괴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미국 시사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
2월 24일,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31.61포인트(3.56%) 내린 2만7960.80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은 2018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동월 25일, 도쿄증권거래소(TSE)에서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감 등으로 2018년 12월 25일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월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문제가 신중국 건국 이후 가장 큰 공중위생 사태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 빠르다는 점이 대위기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인한 확진자가 7만7천여 명, 사망자는 2천5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이란, 한국과 일본, 미국까지 각 대륙에서 계속 증가할 것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밖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조짐인 ‘팬데믹’(pandemic)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거대한 중국 대륙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가 전세계인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에도 짙은 먹구름을 안겨 주고 있다.
● 미중무역 분쟁 타결 직후 ‘대악재’
미국 CNN 방송은 2월 24일 '코로나19, 빠르게 경제 팬데믹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가 한국과 일본 등 중국 밖에서도 확산하면서 경제 충격의 빠른 회복에 대한 희망을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다소나마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인상 보복을 철회하는 등 합의에 이르면서, 미·중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드리워졌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큰 불확실성을 겪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당시의 중국 경기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는 5개월간 확산되며 1분기 이상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2002년 1월을 정점으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10%에서 4.3%로, 산업생산은 17.3%에서 13.7%로 대폭 하락했다. 중국 2003년 2분기 GDP 성장률은 9.1%로 전분기 11.1%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국 실정은 어떠할까?? 지난해 2019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6.1퍼센트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2월 3일 중국에서 설 연휴가 끝난 뒤 개장한 상하이종합지수는 7.7퍼센트 폭락했다. 하루에만 440조원이 증발했다. 환율도 1달러당 7위안을 넘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시가 총액이 3,900조 원 줄어들었다.
중국 경제의 충격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사스가 유행한 2003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스 때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8.7%였지만, 지금은 20% 수준에 이른다.
● 전세계 관광산업 대타격 불가피
중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가운데, 많은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당장 중국의 관광 산업 타격이 예상된다. 1~3월 중국으로 출발하는 여행상품의 취소율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중국 여행상품 취소가 폭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이 단기간에 잡히지 않으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중국의 소매 매출과 관광, 호텔 등 산업이 대타격은 불을 보듯 하다.
또한 중국인 해외 관광객 축소가 세계 관광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광객의 '차이나 머니'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했으며 전 세계 항공편은 무더기로 취소됐다. 태국은 올해 관광객 수가 13% 감소하리라고 추산했다.
일각에선 사스(SARS)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한 2003년 중국은 관광 성장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중국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때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2003년 39.0%에서 지난해 59.4%로 늘었다.
● 전세계의 생산공급망도 도미노현상
중국 서비스 산업 등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지만,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라는 데에서 한층 우려를 자아낸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에서 각종 소비재·공산품·중간재 등의 생산이 감소하면 세계시장에서 그 제품은 품귀하거나, 이를 이용한 다른 나라의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수준으로, 2000년의 3%에서 급증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세계 경제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중국 경제의 규모와 영향력이 달라졌다. 중국의 소비와 생산력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등 세계 제조업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65개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산이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중국산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에서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는 이미 세계 경제, 상품가격, 공급망 등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중국이 발병지라는 특수한 상황도 여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이번 사태 진원지인 우한은 제너럴모터스와 혼다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자동차 제조업 중심지다. 우한뿐 아니라 광저우, 선전, 상하이, 쑤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들에 세계 다국적기업들의 공장이 포진해 있다.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업무가 장기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동조합은 중국 부품이 부족해지면, 미시간 주와 텍사스 주 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공장의 생산라인이 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국내에도 모든 분야 큰 손실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해외 기관들의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80년의 2차 석유파동, 1998년의 외환위기 시절,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 세 차례뿐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월 22일 올해 중국 성장률을 5.4%로, 1월 발표한 6.0%보다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1년 뒤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18년 4분기 기간에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을 살펴본 결과, 중국 GDP가 1%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1분기에 0.5% 감소하고 4분기 동안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서비스업을 비롯해 제조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2월 2일 발간된 ‘중국경제 여건점검 분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경제 산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될 경우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도 큰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대유행’이 될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가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힌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신종코로나의 잠재적 여파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해답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각국의 전염병 위기대응 시스템의 차이가 인명적, 경제적 손실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 줄 것이라는 점이다. [뉴스프리존=소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