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문화시론=이인권]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면서 “공부”도 중단되어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설학원들도 일제히 휴원을 하게 되니 학생들이 긴 시간 동안 제 활동을 못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이번처럼 공교육이나 사설 학습이 원천 봉쇄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더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여건에서 자녀들을 챙겨야 하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도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국에 공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무언가 배우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국가적 재난에서 비롯된 강요된 “여유시간”을 공부는 아니지만 각자 무언가 배우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은 그 나름 억제된 생활에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바깥 활동을 하지않아도 인터넷 시대의 혜택으로 ‘자가 배움’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사다망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이 함께 소통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긍정의 힘을 기르는 것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
지금 코로나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래리에서 2018년 9월 제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열렸을 때다. 이때 공식 초청작인 뮤지컬 영화 '복스 럭스'(Vox Lux) 프리미어 행사에 공동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참석했다.
그때 이스라엘 출신인 그녀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공부를 썩 좋아하지 않아요. 공부를 싫어해요. 하지만 배우는 건 좋아해요. 배운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그녀의 출신인 유대인의 성전 탈무드에서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의 전체를 쉬지 않고 배우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유대인들은 젊음을 배우는 자세를 기준으로 해 규정짓는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배우는 열정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청춘이라 한다. 심지어 그들은 배우는 것을 거룩한 의무라고 생각해 평생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꼭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유대인들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지성’ 이라고 여기는데, 이것은 지식보다도 지혜를 바탕으로 한다. 지식을 지혜를 갈고 닦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지혜가 없으면 그것은 많은 책을 등에 짊어진 당나귀와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유명 배우 나탈리 포트만도 싫어한 공부는 아마 누구에게나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공부라는 게 전제가 되면 보편적으로 그것은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게 된다. 또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이게 된다. 어쨌든 공부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일종의 부담감이나 압박감과 같은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 해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공자는 배우는 것을 ‘단순한 즐거움’(樂) 수준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쁨’(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공부라는 말이 힘들고 따분한 것으로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교육이 창의성과 독창성을 배제하고 암기와 시험이 기반이 되는 획일화되고 박제된 지식 보유만 강조하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는 과거의 지식 주입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발견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력’(智力)을 생성하는 첨단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상황에서 ‘창의성’이 핵심역량이 되어 있다. 곧 창의적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그래서 타의적이고 맹목적인 지식 습득의 공부가 아닌 자율적이고 지속적이며 희열을 느끼는 배움의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습 곧 배워 실천하는 것, 그것은 공자의 말대로 개인적으로 기쁨을 주는 일이며 사회적으로는 미래를 여는 길이다.
창의성은 인간만이 누리는 차별화된 특수성으로 이를 통해 인류의 문명이 발달되고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론'에 따르면 가장 상위의 욕구는 자아실현인데 이는 창조적인 행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럴 때 인간은 강한 성공감과 생명력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공자는 2500년 전에 배움의 희열을 말했는데 그것은 창의적인 배움을 일컫는 것이었다. 또한 할리우드 배우의 말대로 끊임없이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것’(Learning is beautiful)이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사회교육 활동이 중지되어 있는 이 시기를 헛되이 보내는 것보다 달리 쉽지 않았던, 가정에서 가족들이 서로 화합하고 교감하면서 아름다운 배움의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