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2일 <조선일보>는 “장모 이어 측근.. 親조국 세력, 집요한 ‘윤석열 몰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한 꼭지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은 최근 <MBC>의 특종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채널A>법조팀 기자와 검찰의 유착관련 사건을 ‘권력의 윤석열 몰이’로 몰아갔다. 즉 문재인 정권이 정권을 불편하게 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MBC>를 통해 치고 있다는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조선은 특히 이 기사의 제목에 “친조국세력의 ‘윤석열몰이’”를 붙여 조국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현재 채널A 기자와 검찰의 유착을 비판하는 측에 대해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의 무죄(無罪)를 주장하며 그를 필사적으로 옹호했던 사람들”로 쓰고, 한 법조인을 소식통으로 인용 “MBC 보도를 기폭제 삼아 ‘친(親)조국’ 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여당의 주요한 총선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뒤이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일단 윤 총장과 그 측근들을 최대한 흔들어 무력화해 놓고, 총선 이후 ‘윤석열 제거 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면서 “윤 총장 공격에 나섰던 이들이 국회에 들어갈 경우 ‘윤석열 퇴진론’을 선도할 것이란 얘기였다”고 썼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다분히 총선용이자 ‘윤석열 구하기’로 보인다.
현재 나타난 상황에서 채널A 이모 기자의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와 가족(지인) 압박은 물러설 수 없는 사실로 보이며, 특히 이 기자의 압박 소스가 검찰의 고급 정보인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어서, 검-언, 또는 권-언 유착에 누구보다 자세하게 아는 조선일보로서 이에 대한 비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이를 비판하고 검찰 때리기를 하면 자신들의 과거를 때리는 것이 되기도 하며, 이를 비판하면서 채널A를 때리면 같은 편을 때리는 것이 되므로 때리는 자신들이 아픔을 느끼게 되어서다. 나아가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측의 윤석열 비판을 총선용으로 몰아가야 윤석열 구하기가 되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6일, <조선일보>는 1면 사이드 탑으로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특종’보도했다. 이른바 박근혜 정권의 불편한 검찰총장 제거 작전의 포문이 열린 것이다.
곧바로 여타 언론들의 받아쓰기가 이어지고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채동욱과 혼외자가 상당시간 자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건은 일파만파, 채 총장의 내연녀로 의혹을 받는 여성의 사생활까지 뒤지는 이른바 사설탐정식 취재가 이어졌다.
채동욱 총장은 즉각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임과 더불어 유전자 검사 용의를 밝히고 정정 보도 청구 소송까지 냈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장 청와대 쪽에서 법무부에 감찰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의 감찰인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왜? 채동욱은 총장이 된 뒤 이명박-원세훈 국정원의 대선개입, 즉 여론조작과 댓글알바, 심지어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볕도 수사팀을 만들어 강력한 수사를 지시했다.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특별수사부장으로서 원세훈·김용판 등 혐의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하는 등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리고 이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즉 이들이 기소되어 유죄를 받으면 권력기관이 개입한 불법대선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은 이 수사를 막아야 했으며, 막기 위해서는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채동욱을 찍어내야 했다. 찍어내는 방식이 정치적으로는 어렵자 인격적 부도덕을 떡칠하는 것이었다. 그 총대를 <조선일보>가 지고 나섰다. 이후 사건은 일사천리, 채 총장은 일주일 뒤인 9월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2013. 9. 14일 경향신문은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 부장·과장·연구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지난주부터 청와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인사권자(=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혼외 자식 의혹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나가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권의 <조선일보>를 이용한 작전성공이었다. 조선일보는 부인하지만 이 사건은 정권의 작전에 언론이 이용당한, 또는 정권과 언론의 치밀한 결탁인 권언유착의 전형적 사건이다.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2013. 9. 14일 한겨레는 이런 기사를 썼다.
“이 사건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진행된 것” “30~40년 전에 중앙정보부가 쓰는 수법과 뭐가 다른가” “마음에 안 드는 고위공직자 뒤를 캐서 진실이 무엇이든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고 그걸로 나가라는 꼴” “내보내고는 싶은데 마땅한 명분이 없으니까 <조선일보>를 동원해서 협박한 뒤 말을 안 듣자 솎아 낸 것과 같다”등의 말을 검찰 관계자들이 했음을 따옴표을 이용, 보도한 것이다.
다시 2020년, MBC와 채널A전쟁, 이 사건으로 현 여권의 검찰개혁 주장에 힘이 실리면 총선에서 반문 측이 불리하다. 그러므로 조선은 자신들이 이전에 권력의 소스를 받아 특정 목적을 달성했던 것처럼 이번 MBC보도를 몰고 가고 싶다. 문재인 권력이 MBC를 이용, 불편한 검찰을 손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더구나 이 전쟁에서 이익을 볼 세력으로 ‘친조국’ 세력을 지목한 것은 총선의 전선이 ‘친조국 대 반조국’으로 형성되어야 미래통합당이 유리하다고 조선일보가 판단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이는 내가 보기에 또 조선일보의 헛발질이다. 특히 이런 자세는 앞서 자신들이 박근혜 권력에 불편한 채동욱을 제거하도록 마당을 깔아준 죄과를 인정한 것이 된다. 채동욱 혼외자 보도 건은 조선일보 흑역사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과거사다. 따라서 문재인 권력이(친조국 세력이) 불편한 윤석열 제거를 위해 MBC를 이용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예전에 우리도 그랬어”를 자인한 것이란 말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코로나19 방역에 관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마카오를 인용했다. 지난 3월 29일 자 보도에서 마카오가 초기부터 중국을 봉쇄 확진자가 31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칭찬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초기부터 대중국 봉쇄정책을 펼쳤던 이탈리아가 중국보다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세계 최대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특히 마카오와 비슷한 67만 제주도가 확진자 9명임은 말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의 확진자가 인구 10만 명당 17.82명이라고 지적한다.
즉 조선일보는 마카오가 주력산업인 도박장을 폐쇄하는 등까지 중국인 봉쇄를 잘한 때문에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도박장은 물론 관광지도 폐쇄하지 않은 제주도의 상황을 애써 모른척 하고 있다. 또 나아가 중국인이 많은 안산이나 대림동이 확진자 수가 적은 점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결국, 이런 조선일보의 헛발질은 언론이 사실관계의 보도보다 진영논리를 중시한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폭로되고 있음에도 사실을 보고 자신들의 과거 흑역사를 뉘우치기보다 다른 언론사도 권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다. 나는 오늘(2일)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고 조선일보의 꽃피는 봄날이 끝나가고 있구나를 예감한다. 조선일보의 오늘 기사가 실린 포털사이트 다음의 댓글 9,000여 개 중 거의 대부분이 조선을 비난하는 내용임을 볼 때 그들의 전성기는 이제 끝이구나를 실감하고 있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으나 벌 나비가 없이 지는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조선일보에서 지는 꽃이 그런 꽃으로 보인다. 열매 없는 낙화… 조선일보의 봄날과 그 끝이 허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