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비상시국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선거운동은 사실상 개점휴업한 상태다. 이와 관련, 마을회관, 경로당 등 유권자들이 모이는 곳을 방문하거나 명함을 나누는 등 통상적인 방식의 선거운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상대를 향해 준비했던 전략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여야는 제각각 야당 심판론,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 전의를 불태웠으나 기존 총선 이슈는 모두 코로나19에 잠식됐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민심의 향배도 예측불허 상태다.
보수 세력이 미래 통합당으로 모이며 이번 총선이 거대 양당인 민주당 대 통합당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초대형 악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두는 3당은 ‘민생당’으로 새출범했지만 코로나19 이슈로 일시적으로라도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비례 공천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구 선거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야권연대’를 수용한 것이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통합당과의 연대를 우회적으로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통합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만 설립만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정치 신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 아무리 좋은 정치적 자질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전화와 SNS 활동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기에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 낮아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이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확정되면서 정당투표용지는 48.1㎝ 길이로 제작되는 초유의 코미디 사태가 벌어졌다.
살펴본바, 이번 코로나 사태는 총선의 구도, 정책, 인물을 알 수 있는 기회마저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다. 후보도 정책도 모르는 장님 선거는 대의 정치의 본질에 심각한 균열을 가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이제부터라도 후보와 정책을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 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30%의 무당층의 표심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존립기반과 영향력은 응당 일정 의석 확보에 그만큼 각 정당은 필사적으로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어 총선이 끝나고 새로이 출범하는 제21대 국회가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정쟁과 대립, 갈등의 20대 국회의 모습이 또다시 재현되면 여의도 국회는 민심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을 것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상시국에서 내우외환의 답습을 더 이상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이번 코로나 사태에 상처입고 힘들어 하는 국민들을 보듬고 감싸며, 위로와 소망의 격려 메시지를 선도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 사태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선진정치를 구현을 향해 여아할 것 없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역주의와 편당주의를 건너 뛰어 넘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문화, 종교, 직업, 재정 상황 또는 우리의 명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또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생히 각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특히 나이가 많거나 아픈 사람들을 서로 돕는 것임을 일깨웠다.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 간과해온 음식, 물, 약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했다. 금번 코로나 정국은 우리의 가족과 가정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긴박하게 떠올리게 했다.
이제 우리는 가정을 다시 튼튼하게 하고 가족 관계를 강화하는 시기로 부득불 전환될 것이다. 이에 코로나 사태는 이전과는 다른 미지의 세계로 접어들 것이다. 뉴월드를 연착륙하게 하는 중차대 책무를 새로이 맡게 된 공복을 선택하는데 일절 후회 없도록 신성한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