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결과 미래통합당은 궤멸 직전에 몰렸다. 253개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163:84로 거의 하프스코어를 냈다. 그럼에도 선거 후 이 당의 한쪽에서는 사전투표 음모론이, 다른 한쪽에서 그래 봐야 전국 득표율 차이는 8%라는 자위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이들의 미래가 아직도 매우 어둡다는 것을 예측하게 하는 모습이다.
단 1표로도 승패가 결정되고 승자가 전부를 갖는 제도의 선거에서 적은 차이로 졌으니까 우리가 못하지 않았다는 자위질은 결국 지금의 자세를 바꾸지 않겠다는 소리나 같다.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을 얻었다. 그런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대전,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세종 등 6개 광역단체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민주당이 대구와 경북에서만 의석을 얻지 못한 데 비하면 지역 쏠림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더 자세히 보자. 통합당은 영남권 65석 중 9석을 제외한 56석 86%(홍준표 김태호 포함이면 58석 89%)를 장악했다. 서울 49석 중 8석, 인천 13석 중 1석, 경기 59석 중 7석(수도권 합 121석 중 16석(13.2%)을 얻는데 그친 것으로 살필 때 영남권 쏠림현상은 더욱 선명하다.
더구나 통합당은 그동안 보수진영 텃밭으로 여겨졌던 강원도도 우세지역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20대 총선에서 원주을(민주당)과 동해삼척(무소속)을 제외한 6개 지역구를 장악했으나 이번엔 반타작에 그쳤다. 원주갑과 원주을,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 등 3개를 민주당에 내주고 강릉도 자신들이 내친 무소속 권성동에게 빼앗겨 50%만 지역구를 지킨 것.
대전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4석, 새누리당 3석이었으나 이번엔 7개 전 지역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충남은 지난 20대에서 11개 선거구 중 새누리당 6석, 민주당 5석이었는데 이번 21대 선거에선 이를 뒤바꿔 민주당 6석, 통합당 5석이 되었다.
충북과 세종은 더 비참하다. 통합당은 이번에 충북 8개 선거구 중 3석만 얻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5석이었다. 20대 선거에선 새누리당 5석, 민주당 3석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정반대가 된 것. 또 세종시는 2석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를 종합하면 대전‧세종‧충청‧강원을 합한 중부권 선거에서 통합당은 12석을 얻었는데 이는 전체 36석의 1/3이다. 중부권+수도권을 다하면 전체 157석 중 28석으로 전체의석 대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17.8%만 얻는 참패다.
이는 호남권 투표를 영남권과 동일 잣대로 평가해도 통합당이 바로 지역정당임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호남권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을 심판했었다. 전체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주고 민주당엔 3석만을 내줬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호남권은 민생당(국민의당)을 심판했다. 민생당 0석 민주당 27석이다. 호남권은 철저하게 이익투표를 한 것이다.
반면 영남은 이익투표 성향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적개심으로 뭉친 묻지마 통합당이었다. 따라서 호남권 투표를 영남권과 단순비교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통합당을 영남당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더구나 이제 통합당은 반 호남 지역주의로 존립근거를 삼을 수도 없다.
또한, 보수이념을 주창하나 민족과 국가이익에 우선하지 않는 ‘패거리’ 이익집단 수호세력이란 색깔만 선명하다. 민족과 국가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우익은 우익이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재판으로 불거진 일제불매 운동 등에서 이들 우익은 민족과 국가이익이라기보다 ‘사대주의’로 보는 것이 타당할 만큼 치우친 행보를 보여줬다. 반일종족주의에 동조하고 류석춘 이영훈 이우연 등의 친일행보에 동조한 이들을 후보로 공천했다.
경제를 말하지만 ‘우파정권’이 경제를 제대로 챙겼다는 데이터도 없다. 특히 경제개발세력, 조국근대화세력이라고 자찬하는 세력과 합세하여 집권했던 김영삼 정권은 경제실패로 나라를 망해먹고 국가의 곳간 열쇠를 IMF라는 국제기구에게 내준 적이 있다.
‘747(연평균 7% 성장·소득 4만달러 달성·선진 7개국 진입)’로 포장한 이명박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고환율 정책 등 친기업적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수출산업을 적극 지원 성장률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임기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당시 깎아 준 세금으로 돈을 번 대기업군은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에 더 치중하므로 국내의 고용률도 늘리지 못했다. 4대강에 22조 원을 쏟아 부었으나 효과도 없었다.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는 단어만 ‘창조’했을 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창조’한 최서원(최순실)의 대기업 ‘삥뜯기’ 외에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김영삼 정권이 IMF에 내준 나라곳간 열쇠는 통합당과 그 지지세력이 ‘좌파’라고 하는 김대중 정권에서 대통령 김대중의 탁월한 리드로 2년 만에 찾아왔다.
그래도 저들은 단기간 IMF를 졸업한 김대중 정권의 실적에 대해 김대중의 탁월한 리드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감내한 국민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이명박의 실패는 글로벌 금융위기, 박근혜의 실패는 최순실 때문이라며 남의 탓으로 치환한다.
최근 코로나19가 대구와 경북을 침탈할 때 문재인 정권이 중국 사대주의 때문에 중국을 봉쇄하지 못해 우리나라를 코로나 천국으로 만들었다고 삿대질을 하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10,000여 명의 확진자가 생기고 200여 명의 사망자가 난 것을 두고 정부가 중국 사대주의로 중국 눈치를 보느라 초기에 중국봉쇄를 하지 않아서 생긴 피해라고 삿대질이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중국을 봉쇄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특히 이스라엘까지 코로나가 창궐하고. 나아가 미국 일본이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반면 우리는 선진적 방어 국가로 외신들이 칭송하자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침착하고 성숙하게 대응한 때문이라며 정부에게 생색을 내지 말라고 한다.
그런 시각이라면 산업화의 주역으로 오늘날의 경제대국을 만들었다고 그들이 칭송하는 박정희는 국민들의 힘으로 일군 경제적 성공을 자기 것으로 치환한 ‘사기꾼’이다.
70년대 고도성장 시절, 정권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따른 과잉투자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8년 2차 오일쇼크를 맞아 마이너스 성장 시대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자살하고, 디아스포라가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투기꾼과 검은 자본가들만 득세했다. 하지만 박정희는 이를 독재와 언론통제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단속했다.
박정희 유신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과잉투자로 디플레이션이 일상화되면서 1980년 초반의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산소호흡기를 꽂은 상태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었다. 만약 1970년대나 1980년대 언론환경이 지금과 같았다면 이들 정권은 존속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 선거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듯 통합당은 영남 56석 외 나머지 전국에서 28석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정을 지적하고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쳤는데 그들이 되려 ‘갈림’을 당했다. 전문가니 언론이니 등에서 여러 분석들이 나오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갈아야 할 대상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통합당과 민생당이라고 유권자가 본 것이다.
지금 ‘우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 이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을 두고는 ‘김정은 바라기’, 경제정책을 두고는 사회주의로 딱지를 붙인 뒤, 이번 총선을 나라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전쟁쯤으로 대했다. 또 선거 실패 후 이제 나라가 공산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그럴듯한 설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들이 SNS를 떠돈다.
또 ‘우파’정당 통합당 정치인들이나 우파언론을 자부하는 조선일보 중엉일보 동아일보는 이 ‘좌파’ 정권 핵심들의 강남아파트 보유와 투자, 금융자산 보유와 투자, 고액자산 등을 비판한다.
조국 사건에서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씨의 재산관련 비판에 대한 이들 언론의 보도 초점은 ‘좌파의 재산축적’이란 모순 비판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반감 상승효과를 노린 ‘센세이션’이 초점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의 투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의 재산축적?북한에 나라를 넘기려는 문재인 정권 핵심들이 돈을 밝힌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투기꾼 정권은 사회주의 정권이 아니다.
지금 우파의 뿌리를 자부하는 1950년대 월남 실향민들의 동일한 증언은 김일성 집단에게 강제로 재산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나라가 되면 사유재산은 모두 몰수당할 것이란 믿음이 깊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문 정권 핵심들은 뺏길 재산을 모으는데 혈안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둘 중 하나는 거짓이다. 뺏길 것을 알면서 남의 비판도 감수하는 재산축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적 모순을 국민들은 이제 너무도 잘 안다. 그것이 투표로 나타났다. 궤멸적 상황에 몰린 미래통합당… 과연 이런 모순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김대중 외피를 완전히 벗었다. 호남은 김대중 외피를 입은 민생당을 철저히 외면했다. 통합당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호남의 지지를 받지만 그 지지가 김대중과 지역주의에 기인된 지지가 아닌 이익투표임을 인정해야 한다.
보수정당 통합당은 과연 박정희를 벗어날 수 있을까? 나아가 박정희와 연계된 영남지역주의가 아닌 이익투표를 영남인들에게 끌어낼 수 있을까? 그 명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궤멸적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