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덕화만발》의 <안녕 김경희님의 시 사랑 방> 방주(房主) 안녕 김경희 시인께서 이번에 수필집 『그래 좋아 나여서』를 ‘도서출판 배문사’에서 출간하였습니다. 2018년 시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이은 첫 에세이집입니다. 출간 전, 느닷없이 김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 출간하는 수필집 ‘그래 좋아서’의 발문(跋文)을 써주세요.”라는 부탁이었지요. 그래서 더 훌륭한 분에게 부탁하면 좋겠다고 사양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꼭 제가 써야 한다는 강권에 못 이겨 수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원고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체력도 달리고, 무엇보다도 눈이 시원치 않아 요즘 신문도 읽지 않는 저입니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다가 수필집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자칫 이 아름다운 책에 큰 폐를 끼칠 것 같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물 흐르듯이 써내려간 아름다운 문장, 진솔하기 짝이 없는 김 시인의 고백에 저는 그만 저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안녕 김경희 시인과는 오래 전 갑자기 덕화만발 카페에 시를 올리기 시작한 때부터 아름다운 인연(因緣)을 가꾸어 왔습니다.
그런 연고(緣故)로 저는 김 시인을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역정(人生歷程)! 저 역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 왔다고 생각했지만, 김 시인은 그야말로 처연(悽然)하리 만치 고통스럽고 고단한 삶 속에서 지금의 아름다움을 일구어 냈기 때문입니다.
<p-101, 전환점>
「한평생을 100이라 긋는 다면, 단 그 절반의 전환점에서 새로이 고개를 들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출발 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 오십이라는 숫자와 함께 찾아온 병마, 받아들이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억울해 눈물이 나기 보다는, 인생을 살면서 지금껏 세상과 싸워 왔다면, 앞으로 나 자신에게 찾아온 병마와 싸워야 함에 참 어이없음으로 많이 울었다. ‘잡으려는 순간순간을, 놓치며 살아온 시간들을 찾으라고 멋진 휴가를 받았구나!’ 하고 마음을 돌려 먹으니 생기 띤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p-125, 꿈길에서>
「병석에 누운 지 3년째, 삶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에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아마도 고열이 가져온 혼절이 며칠 동안 옆자리를 지키게 했을 테고, 그 사람은 잠시 쪽잠으로 대신 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덩그러니 나만 있게 하진 않았을 텐데, 그냥 고열 속에서 힘들게 붙잡은 인연의 줄을 슬그머니 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또 다시 세상에 버려진 짐짝으로 힘겨운 고통 속에 눈을 뜨게 하셨다.」
어떻습니까? 저는 팔십 평생을 넘게 살면서도 이처럼 처절한 삶을 맛보진 못했습니다. 애써 김 시인의 고백을 옮길 수가 없어서 그 중, 왠 만한 대목을 조금 옮겨 본 것입니다. 인간에게만 암(癌)이라는 고약한 병이 찾아오는 것일까요? 아마 이 암처럼 통증이 심한 병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착하고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온 김 시인에게 신(神)은 왜 이런 몹쓸 병마와 싸우게 하는 것일까요? 이것도 어쩌면 진리께서 내리시는 시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시련 뒤에 오는 것은 분명 행복일 것이라고 저는 소리쳐 외칠 것입니다.
살만큼 산, 낙조(落照)의 황홀함을 맛본 저 같은 사람에게 만약 이런 병마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차라리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사코 열심히 인생을 노래하는 아직도 청춘인 김 시인에게 이런 엄청난 시련을 주신 것은 진정 하늘의 소명(召命)이 있을 것입니다.
그 소명이 무엇일까요? 소명은 어떤 일이나 임무를 하도록 부르는 진리의 명령을 말합니다. 아마도 진리께서 바라는 경희 시인의 소명은 이 메마르고 각박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랑의 복음(福音) 전하라는 진리의 요청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그 무서운 병마를 잘 이겨 내셨습니다. 이제 누구보다도 편안히 몸을 돌봐야 하는 경희 시인이 또다시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애쓰시는 모습을 저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진리의 소명을 받으신 경희 시인의 입장에서 서면 <그래 좋아 나여서>가 아닐까요?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인연으로 맺어진 도반(道伴)이고 동지(同志)입니다. 경희 시인의 문운(文運)과 건강, 그리고 행복을 함께 빌어 주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4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