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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9/15 09:41 수정 2017.09.18 07:19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저물어 가는 해질녘 석양에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노년의 삶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향기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부귀영화 도 부러울 것 없이 겸손한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 볼 수 있음으로 지금 황혼의 제 삶에 만족 하며 하루하루를 금 쪽 같이 보냅니다.

노년 이라고 모든 것을 놓고 체념하고 산다면, 황혼의 삶은 더 팍팍하고 우울하고 고단한 삶이 될 것입니다. 그저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하면서 또 배울 수 있으면 배우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살아간다면 그 또한 행복이라 생각 됩니다.

흔히 노년(老年)을 상실세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품안에서 벗어나고, 조직에서 벗어나고,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고, 미움도 벗어 버리고, 괴로움을 끊어버려 인생의 짐을 가볍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도한 탐욕이나 어리석음과 원망 심 까지도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황혼의 멋진 삶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인생의 종착역이 다가오는데 성공만 하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노년에는 일을 그르치지만 않으면 그것이 곧 성공입니다. 그리고 남에게 베풀 때 상대방이 그 은덕(恩德)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원망치 않으면 그것이 바로 은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에게 베푼 공덕은 새겨 두지 말고, 남에게 은혜를 입은 것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원망이 있다면 잊어야 합니다. 우리를 괴롭히거나 분한 마음을 갖게 한 사람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면 최소한 적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받아들이고, 놓아버리고, 넘어서야 합니다. 받아들이기는 과거와 화해하기, 한계를 받아들이기, 고독(孤獨)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입니다.

놓아버리기는 재산에 대한 집착(執着)을 끊기, 건강에 매달리지 않기, 관계에 느긋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기는 경계(境界)를 당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보다 큰 어떤 것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보다 큰 것에 마음을 연다는 것은 진리를 깨치고, 이를 통해서 본인은 물론 주위에 노년의 덕(德)을 베푸는 것입니다.

늙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나이와 함께 세월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시간(時間)이 무엇인지알고, 시간과 함께 가고, 시간가운데 서며 시간을 거슬러가기도 하는 것이 늙음인 것입니다. 늙는 것은 가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이며, 자기 내면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變化)하는 것입니다.

황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삶과 세상을 관조(觀照)할 수 있고, 더욱 지혜(智慧)로와 질 수 있으며, 또 진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 시기가 황혼입니다. 물질세계와 이별(죽음)하고 영적(靈的)인 세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세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바로 그 사실이 황혼입니다.

황혼기의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사랑이 아닌가요? 내 몸, 내 한 가족을 뛰어넘는 큰사랑, 일체생령을 위한 사랑이고, 배려(配慮)이며, 관용(寬容)입니다. 늙어서 아름답기를 바란다면 젊어서부터 아름다워야 합니다. 노년에 우리가 배워야할 덕(德)은 새롭게 사랑할 능력입니다. 노년에는 이기적(利己的)인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자신의 행복만 생각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그 아름다운 노을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공격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입니다.

노인은 무참할 정도로 인격의 황폐를 가져와서 툭하면 남의 욕을 하고 비난하는 노인이 의외로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노인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애당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려는 마음은 갖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둘째,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존경은 존경을 받을 만한 값어치가 있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사람을 굴복시키려면 스스로 노력해서 그러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셋째,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노인이 되어서 판단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은 육채 적, 생리적인 변화입니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넷째, 무조건 베푸는 것입니다.

돈과 마음을 쓰지 않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인가를 얻을 때는 무엇인가를 반드시 잃는 법입니다. 보시가 최고의 공덕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다섯째, 말솜씨는 분명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말이 많으면 배척 받기 쉽습니다.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는 크게 열고 입은 닫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청이고 노인 최고의 덕목입니다.

여섯째, 노인은 ‘삼체’를 잘해야 합니다.

알고도 모르는 체, 있어도 없는 체, 잘나도 못난 체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느낄 것 다 느낄 수 있는 그런 노인이야 말로 노년을 잘 보내고 있는 노인입니다.

일곱째, 맑고 밝고 훈훈한 노년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어서 차가우면 안 됩니다. 언제나 맑고 밝고 훈훈한 노인이 되어야 합니다. 여생을 곱게 늙어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남겨 주는 것이 노인이 마지막 해야 할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어차피 지는 노을이라고 그냥 넋 놓고 보낼 수는 없습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이 아름다운 노을을 만드는 방법을 많이 닦아서 더욱 황홀한 여생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닌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9월 1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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