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 내고 얼마 받나… ‘재직·신규자’ 구분 놓고 이견
소득재분배 적용·소득대체율·재정절감 효과까지 ‘평행선’
[연합통신넷= 이진용기자] 여야의 개혁안은 현행 제도를 손질해 국가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목적지'는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도를 어떻게 짤 것인지 '방법론'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을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에 맞추는 '구조개혁'을, 새정치연합은 일부 변수 조정을 기본으로 하는 '모수개혁'을 주장해 기본틀부터 차이가 난다. 국회 공무원연금특위 활동기한까지 남은 38일, 특위 산하 대타협기구 종료까지 남은 3일 동안 여야 간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펼쳐질 부분을 짚어봤다.
(1) 누가 얼마를 내고 받아야 하나
논의는 '누가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까'에서 시작한다. 여야는 이 중 '누가'에서부터 갈린다. 새누리당은 재직 공무원과 2016년부터 신규 임용될 공무원을 구분한다. 현재 공무원들은 월소득액의 7%를 연금으로 적립한다. 여당안은 이 기여율을 재직자는 2018년까지 10%로 높이고, 신규자는 국민연금 수준인 4.5%로 낮춘다. 퇴직 후 받는 돈을 정하는 연금지급률(현행 1.9%) 역시 재직자는 1.25%까지 낮추고, 신규자는 국민연금에 맞춰 2028년까지 1.0%로 한다.
반면 새정치연합안은 재직자·신규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모두 현행보다 조금 더 내고, 조금 덜 받게 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여율을 최대 10%까지 높이고, 지급률은 1.45~1.70%로 낮추는 안을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안은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점이, 새정치연합안은 공무원 간 '차별'을 두지 않고 재정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분석된다.
(2) 소득재분배는 어디까지 하나
여야는 '소득재분배 장치'를 두자는 입장은 공유한다. 하위직 공무원은 보험료 대비 연금액이 많고, 고위직은 그 반대인 '하후상박'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재분배 기능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는 이견이 있다. 여당안은 전면적 도입이다. 받을 연금 전체에 국민연금처럼 '최근 3년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A값)'을 변수로 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안은 돈을 낼 때 전체 기여율 7~10% 중 일반 국민이 국민연금에 부담하는 4.5%까지만 'A값' 도입을 주장한다. 연금 수령 시에도 국민연금에 맞춰 1.0%에만 재분배 기능을 둔다. 나머지는 '더 내는 사람이 더 받는' 소득 비례 형태를 유지해 재직 공무원 반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3) 소득대체율은 얼마나 낮추나
결국 퇴직공무원은 평균소득의 어느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될까. 여야 모두 현행(57%)보다 떨어진 수치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연금 자체만으로는 30.98%이지만, 퇴직연금을 민간 수준으로 높여 전체 소득대체율은 50.08%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금과 별도로 개인과 정부가 매칭(matching) 형태로 부담하는 저축계좌도 검토 중이다.
새정치연합은 퇴직수당 인상은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고, 저축계좌는 '공적연금 위축'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대신 야당안대로 연금제도를 바꾸면 소득대체율이 50% 초반대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4) 재정절감 어느 안이 유리?
연금개혁의 최종 목표인 재정절감 효과를 두고도 여야 계산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2080년까지 300조원 이상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안의 효과를 '266억원 절감'으로 평가하면서, 이보다 더 효과가 높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55조원' 정도 효과가 더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새정치연합안은 모든 공무원에게 '걷는 돈'을 높이고 퇴직수당을 올리지 않는 만큼 초반부터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여당안은 신규자에게 적은 돈을 걷어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대신, 이들의 퇴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재정절감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안으로 분석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들에 대해 세제혜택과 시설비 융자 등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된다.
◇ 사회적기업에 세금 감면
25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기회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각각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24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이 법안들은 4월 국회 중 경제재정소위에서 최우선적으로 병합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확장을 위해 여당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준비해왔다. 야당 역시 신 의원을 중심으로 전통적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준(準) 당론'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 "야당을 위한 법"이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는 점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발의된 3건의 법안 모두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들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적경제조직에 시설비 등을 지원하며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재산세, 등록면허세, 부가세 등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이윤 축적보다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와 사회적기업 등으로 여야 법안이 대동소이하다.
◇ 농협금융지주 등 일부 쟁점 불구 '공감대'
그러나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들을 적용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유 원내대표의 법안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들도 적용 대상으로 삼는 반면 신 의원의 법안은 이를 제외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대규모 조직이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 의원은 법안의 순조로운 처리와 시행을 위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는 우선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쪽이다.
공공조달 분야에서 우선구매 혜택을 줄 사회적경제조직의 범위를 놓고도 미묘하게 의견이 갈린다. 신 의원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모든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게 우선구매 혜택을 주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으나 유 원내대표는 이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한 총괄기구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 유 원내대표의 법안은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도록 규정했다. 신 의원의 제정안은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기재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와 신 의원 모두 큰 틀에서 문제가 없다면 세부적인 부분에선 충분히 서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큰 편이다.
양측은 최근 법 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야당안, 정부 위원회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여당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논의키로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4월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까지 합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와 신 의원이 아직 완전히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합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