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는 부동산 기사 보고 전세는 생각도 안 했거든요. '전세 대란'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찾다 보니까 있긴 있더라고요."
[연합통신넷= 이진용기자] 3년차 직장인 김현준(가명, 32)씨는 지난 2월 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전셋집을 구해 독립했다. 12평(39.6㎡) 남짓한 크기의 방 두 개짜리 다가구 주택이다. 그가 지불한 전세보증금은 6500만 원, 2년 계약이다.
당초 '독립 예정지'는 화곡동과는 거리가
먼 홍대·상수 부근이었다. 이전부터 혼자 살게 되면 그쪽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그는 부동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좌절감만 맛봤다. 전세는 자신이 가진 돈의 몇 배 수준이었고 월세 역시 다달이 내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인근 동네를 옮겨가며 매물을 찾아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그의 집 구하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직장 선배의 한 마디 조언이었다. 김씨는 "독립 열망이 시들해져 갈 때쯤 선배가 자기도 젊었을 때 화곡동에 살았다면서 '교통도 나쁘지 않고 오래된 집이 많아 싸다'고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가 아니었다면 집 못 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특별취재팀은 김씨의 직장 선배가 한 조언을 통계로 구현해 보기로 했다. 서울시 25개 구의 부동산 중개사들이 네이버 부동산에 올린 매물 정보를 바탕으로 1, 2인 가구용 전·월세 주택의 평당 임대 비용을 계산했다. 조사결과, 지난 2월 강서구 화곡동 12평 주택의 기대 전세가격은 약 6700만 원. 김씨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편이었다.
[전세] 성북구 정릉동·노원구 상계동·서대문구 홍은동 순으로 저렴
특별취재팀은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조사할 주택 유형을 '원룸', '주택', '아파트' 세 종류로 설정했다. '원룸'은 방 하나짜리 집을, '주택'은 방 2개 이상의 다가구, 다세대, 빌라를 통칭하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전통적인 독신 및 동거 가구들 이외에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부부생활을 선호하는 신혼부부까지 감안한 분류다.
1, 2인 가구용 주택 크기는 5평(16.5㎡)에서 18평(59.4㎡)까지로 잡았다. 다만 실제 주택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룸', '주택', '아파트'의 특성을 고려해 원룸은 5평에서 12평까지, 주택은 5평에서 18평까지, 아파트는 13평에서 18평까지만 매물을 조사해 평당 평균 임대비용 통계를 냈다.
5평짜리 원룸의 평균 전세 비용이 가장 싼 곳은 관악구 신림동(846만 원)이었다. 원룸 전세의 경우 대다수 지역에서 전용면적이 적을수록 평당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신림동 ㄱ공인중개사 대표 이아무개씨는 "원룸 면적이 5평이 안 되는 방은 비교적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건물이라 평당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전용면적 6~12평 원룸 전세의 경우, 평균 임대비용이 가장 낮은 곳은 구로구 개봉동(평당 635만 원)이었다. 평균 가격은 낮지만 매물이 많은 편은 아니라는 게 이 지역의 단점이다.
개봉동에 비해 매물이 비교적 충분하게 갖춰져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동네는 서울 동북쪽에 모여 있었다. 성북구 길음동(평당 723만 원), 노원구 공릉동(평당 747만 원)·상계동(평당 750만 원) 순이다. 이 세 곳은 5~12평 주택 전세 순위에서도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용면적 13~18평 주택 전세가 가장 저렴한 동네는 성북구 정릉동(평당 543만 원)과 노원구 상계동(543만 원)이었다. 서대문구 홍은동(평당 550만 원)과 강서구 화곡동(평당 559만 원), 성북구 장위동(평당 573만 원)도 전세가가 싼 편이었다.
이 면적대의 주택 전세는 다른 조건들에 비해 평당 임대 비용이 눈에 띄게 낮았다. 매물도 많은 편이었다. 장위동 ㄴ공인중개사 대표 김아무개씨는 "그 평형대에 건축연한이 20년 이상 된 집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은 지 오래된 주택들이 기본적으로 전세가가 낮고 전세로 풀리는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13~18평 아파트 전세가가 가장 싼 지역은 성북구 돈암동(평당 628만 원)과 구로구 온수동(평당 634만 원)이었다. 양천구 신월동(평당 747만 원), 도봉구 방학동(평당 805만 원), 노원구 월계동(평당 81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월세] 성북구 장위동·노원구 상계동·서대문구 홍제동이 가장 낮아
월세 가격 비교는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보증금 하나만 계산하면 되는 전세와 달리 월세 임대는 보증금과 다달이 집주인에게 지불하는 세를 함께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은 보증금을 전액 연 4% 이율로 대출받았을 때 부담하는 이자와 월세를 합쳐서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세입자가 매달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기준으로 삼자는 취지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서초구 서초동의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60만 원짜리 방의 월 환산 부담비용은 70만 원. 서울에서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조건 중 하나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5만 원짜리 방의 월 환산 부담비용은 48만 원 정도가 된다.
조사결과, 5평 크기 원룸 월세 부담이 가장 낮은 곳은 강북구 수유동(평당 7만 원)이었다. 노원구 공릉동과 강북구 미아동이 각각 평당 7만 5000원 대였다. 이밖에 강서구 방화동과 구로구 구로동, 관악구 신림동, 금천구 가산동이 평당 월 환산 부담비용 7만 9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6~12평 원룸이 가장 저렴한 곳은 강남구 일원동이었다. 이곳의 월 환산 부담 비용은 평당 5만1000원. 그 뒤는 도봉구 도봉동(평당 5만3000원), 성북구 종암동(평당 5만5000원), 구로구 개봉동(평당 5만5000원), 금천구 독산동(평당 5만5000원) 순이었다.
주택은 대체로 비슷한 조건의 원룸에 비해 월세 시세가 더 낮게 형성되어 있었다. 5~12평 주택 월 환산 부담비용은 성북구 장위동(3만1000원), 노원구 상계동(3만4000원), 서대문구 홍제동(3만5000원), 강북구 수유동(3만8000원), 송파구 거여동(3만8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13~18평 주택의 경우에는 장위동(3만1000원), 은평구 증산동(3만2000원), 은평구 응암동(3만3000원) 등이 저렴한 지역이었다.
13~18평 아파트 월세 부문은 중랑구 면목동이 평당 월 환산 부담 비용이 3만 원으로 가장 적었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구로구 온수동도 평당 비용이 3만6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창동, 상계동, 방학동, 돈암동 등 서울 동북쪽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의 월 부담비용은 평당 4만~4만3000원 정도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