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문화시론=이인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부터 디지털화를 시작하여 온라인판에 집중하고 있다.
사전의 인쇄본에 대한 수요 감소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통신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은 매년 정기적으로 새로운 어휘를 온라인에 등재시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은 이달(5월) 새로운 어휘 곧 신조어(neologism)를 올렸다. 새로운 단어들은 주로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CORVID-19)와 관련된 유행어들로 나타났다.
이번에 실린 신조어들은 2020년 글로벌 팬데믹의 코로나19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흔히 언어는 한 시대의 문화현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 일컬어진다. 그래서 인간이 삶을 영위해 가는 사회의 세태와 실상은 언어를 통해 기록되고 역사로 남는다.
통상 옥스퍼드사전은 새롭게 등장하는 유행어에 대해 대중의 여론을 수렴하고, 또 사용되는 빈도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 신조어로 확정하고 있다. 그 검증 전 단계에서도 언론매체나 사회관계망(SNS)과 특정 단체나 개인에 의해 생성된 어휘들도 있다. 하지만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해서 그것이 곧바로 사전에 공식 언어로 등재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이 인증한 코로나 관련 대표적인 신조어는 다음과 같다.
‘social distance'(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ing'(사회적 거리두기), 'shelter in place'(자택대기), ‘WFH/work from home'(재택근무), ‘community spread'(지역전파), 'self-isolation/self-quarantine'(자가격리)’, deep-clean'(철저한 소독), ‘elbow bump/elbump'(팔꿈치 인사), ‘contact tracing'(접촉자추적), 'covidiot'(코로나바이러스 무시자), 'hot zone'(최초전염지), ‘patient zero'(최초감염자), ’herd immunity'(집단면역),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개인보호장구) 등.
여기에 온라인 사전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대중매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되는 신조어도 다양하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전 세계인들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증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반증이다. 그 예를 들어보면,
‘social bubble’(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10명 미만의 인원으로 한 두 가정이 갖는 교류. 물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제외), ‘covexit’(방역으로 발동된 공공생활에 대한 통제조치들을 완화하는 과정), 'coronnial'(전염이 진행되는 시기에 태어난 아이), ‘quaranteen'(봉쇄조치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시하는 10대), ’covidivorce'(장기간 이동제한 및 자가격리에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이혼)이 있다.
또한 ’antisocial nearing'(‘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는 행위), ‘coronic'(감염이 확진된 사람), ’coronaphobia'(감염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coronabrain'(전염 대유행에 따른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 불안정 상태), ’covid-38'(완치 판정 후 다시 감연된 사람), ‘corona corridor'(봉쇄조치의 점진적 완화 시 특정 목적지로 이동을 위해 통과를 허용하는 통제지역) 등이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최대 이슈는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이 개념은 서양에서는 일찍이 15세기부터 생겨나 191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인플루엔자가 만연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지만 그 개념은 처음 그대로였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치료사이며 저술가인 제니퍼 하마디가 심리전문지인 ‘싸이컬러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를 통해 ‘신체적 거리두기’ 또는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가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여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방역 용어에 대한 재조정은 실생활에서 사람 간 접촉은 자제해야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활동성은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즉 용어의 함의(含意)를 재설정한 셈이다.
국제공용어인 영어에서 코로나19 신조어가 다양하게 생성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감염증이 인류에게 던져준 도전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만큼 2020년 지구촌을 긴장시켰던 감염증 현상은 언어를 통해 훗날에도 되새김될 것이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