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발생한 구제역이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금까지 일선 농가에 배급한 백신은 구제역을 막는 데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소위 '물백신'을 계속 사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통신넷=온라인뉴스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 구제역 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연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해 12얼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백신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분리한 바이러스 6개 중 5개는 'O manisa(오마니사)' 백신주와 바이러스 균주 상관성이 너무 떨어져 구제역 전염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주와 바이러스의 상관성을 나타내는 이른바 'R1'값은 방어력이 완벽할 때는 '1'로 나타나고 '0.3' 이상일 경우 방어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개 바이러스의 R1값은 모두 0.3 이하였고, 나머지 하나만이 경계선인 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7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12월 진천에서 발병해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도 'O manisa' 균주를 사용한 백신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지난 1월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백신의 효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농식품부가 보낸 구제역 바이러스 샘플(지난 해 7월발생분)에 대해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한 균주와 바이러스가 너무 달라 이 백신으로는 구제역을 막기 어렵다'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
한 마디로 '정부가 사용중인 구제역 백신으로는 구제역 전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통보받았으면서도 축산 농가에는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퍼브라이트 보고서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백신의 효능에 큰 문제는 없기 때문에 접종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농식품부 검역본부는 "의성 바이러스와 진천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라며 '오마니사'균주를 사용한 백신으로도 방어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퍼브라이트의 이번 보고서는 진천 바이러스도 '오마니사' 균주를 사용한 백신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결과"라며 " '물백신'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부터 새로 도입한 'O 3039' 균주를 사용한 백신은 R1값이 대부분 0.3 이상(0.42~0.73)으로 나타나 이전 백신보다는 바이러스 방어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