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정부가 AIIB창설멤버로 가입해줄 것을 요청받은 지 8개월 만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을 결정했다.
정부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동맹 국가인 미국과의 의리도 중요하지만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선 중국을 중심으로 짜여질 또 다른 글로벌 금융질서에 뒤처질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계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예정창립회원국(Prospective founding members)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예정창립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으면 한국도 예정창립회원국의 지위를 얻는다. 6월중으로 설립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 창립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아시아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창립회원국 자격으로 AIIB에 가입하게 되면 참여국가간 지분 협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추진된 AIIB는 중국이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새로운 경제기구의 하나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내건 AIIB는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각 국에 인프라 건설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이다. 중국은 1000억달러중 500억달러를 출자해 50%의 지분율과 의결권을 보유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에서 지분율은 곧 힘이다. AIIB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오는 6월까지 지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아시아 지역의 지분율은 75% 정도인데 일단 최대한 많이 확보할 방침"이라면서 "부총재 자리도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지만 물밑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율 6% 이상을 확보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 인도에 이어 '3대 주주' 등극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에서 갖고 있는 최대 지분율은 ADB의 5.06%다.
기획재정부는 27일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과 관련해 "앞으로 지분율 구성에 있어 국익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AIIB 가입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AIIB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등 21개국이 우선 AIIB에 참여 의사를 밝힌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AIIB 참여를 선언했다. 호주 역시 조만간 AIIB 참여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창립회원국 신청을 마감한 뒤 2주간 기존 회원국들의 동의을 얻어 4월15일 창립회원국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