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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요구하는 법사위는 국회 견제장치가 아니다...
오피니언

야당이 요구하는 법사위는 국회 견제장치가 아니다.

임두만(위원) 기자 limdoo1@hanmail.net 입력 2020/06/16 13:57 수정 2020.06.16 14:03

21대 국회의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국회는 계속 법을 어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참을 만큼 참았다”며 “민주당은 통합당에 시간을 최대한 줬고, 총선 민의의 엄중함을 감내하면서 많은 양보를 했다”고 했다면서 국회 상임위원장 관련 여야 대치를 끝내고 단독 상임위 구성을 내비쳤다.

국회는 15일에도 여야를 대표하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민주당 측의 양보안 제시에도 '법사위원장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요지부동인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런 미래통합당을 비난하고 원구성 강행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15일 “미래통합당은 20대 국회 때 법사위를 가지고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며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견제할 염치도 없다”고 내 쏘았다.

이해찬 특유의 어법이며 이 문제에선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당 최고회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은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이 법사위를 갖고 무한한 정쟁과 발목잡기를 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심지어 법사위원장이 투표하러 나가는 의원을 방에 감금하고 소파로 문을 막는 모습을 TV를 통해 똑똑히 봤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회의 참여를 방해한 사건을 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거론하며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갈 길을 갈 것"이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도 민주당의 인내와 의지를 이해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당의 자세에 이번에는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것이 많아서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가”라며 “무엇 때문에 여당이 굳이 법원과 검찰을 관장하는 법사위를 장악하려 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여당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여당이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다”며 “여당이 협치를 하려면 상대방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아량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정신상태' 운운했다.

이어 “거대여당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고 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또다시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의장께서 앞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의회의 발전을 위해 보다 냉철한 생각을 하고 합리적 결정을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야당의 자세는 지난 총선의 민의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했다. 개헌을 제외한 국회의 운영을 여당에 맡기겠다는 것이 지난 총선의 민의였다. 비록 여러 사정으로 현 의석이 176석이지만 원래의 민의는 180석+3석, 즉 국회의장의 탈당을 감안해도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의석인 180석을 여당에 준 것은 선진화법과 상관없이 국회를 운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김종인 위원장 말대로 '무엇을 잘못해서 법사위원장으로 법원과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고 민의가 국회를 야당 견제없이 운영해 보라고 명령했다.

나라살림을 야당의 눈치보며 하지 말고 여당의 뜻대로 예산국회도 운영해 보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이 국민은 이런 명령을 하고 다음 대선까지 2년을 지켜보고 잘 하지 못하면 정권교체에 표를 던질 것이며 잘 하면 재집권을 허락할 것이다. 그것이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다. 따라서 작금 야당의 '법사위원장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요구는 이런 국민의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다는 항명이다.

민심을 따르지 않은 관행이란 국민의 명령이 아니다. 그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예전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옛날에 거짓말도 통했으니 지금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어거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관행이니 '법사위는 야당 몫, 법사위는 야당의 정부여당 견제장치'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자세는 곧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 앞으로 국회운영을  20대와 같이 식물국회로 만들어 정부여당의 일을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말로도 들린디.

그래서다. 민주당은 더 이상 법을 어기지 말라. 선거를 통해 국민 60%에게서 책임정치를 주문 받았으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가 무슨 필요가 있나?

야당의 정부여당 견재가 국회의 목표가 되려면 야당이 국민들에게 그만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은 그런 인정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여당의 국회운영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민심대로 순응하면서 절치부심 다음 선거에서 민심을 가져온 뒤 또 그 민심대로 자신들이 운영하면 된다.

그것이 관행이 되어야 한다. 민심에 역행하는 관행이 이나라 민심을 따르는 관행...그런 관행이 자리잡아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법사위는 야당의 국회 견제장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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