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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 “또 다른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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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 “또 다른 결실”

박성민 기자 psmin1217@naver.com 입력 2020/06/23 14:11 수정 2020.06.23 14:52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과 태국 '은혜' 선수./ⓒ이만수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사진 오른쪽)과 태국 '은혜' 선수./ⓒ이만수

[뉴스프리존=박성민기자] 라오스에 건너간 지 어느덧 6년째가 되었다. 지난 6년 동안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이던 라오스 야구협회 설립과 야구국가대표를 만들어 아시안게임에 참석도 하는 꿈 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또 십 년 이후에나 첫 삽을 뜰 수 있을까? 기대하던 야구장이 드디어 5년 만에 라오스 최초로 건립이 되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5년 동안 야구장이 없어 축구장에서 줄을 긋고 야구 했다)

라오스는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바다도 없는 내륙이다. 한국에서 배로 물품들을 보내면 태국을 거쳐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작고 어려운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많은 사람의 성원과 사랑으로 동남아 여러 국가 중에서 라오스가 가장 빠르게 야구가 발전되고 있다. 앞으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야구중심국가가 되어 이웃나라로 야구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며 나 역시 그 일을 위해 동남아 여러 나라의 야구발전 현황을 챙겨보고 있다.

올해부터 베트남을 시작으로 야구를 보급하려고 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하고 준비했던 모든 일을 잠시 멈춘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전화와 글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베트남 측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 전개될 베트남 야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특히 야구협회설립을 위해 베트남 정부에서 국가대표팀을 총괄하는 스포츠국장으로 재직 중인 짠 득 판(Tran duc Phan)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오늘은 태국에서 야구를 전파하는 ‘은혜’라는 여자선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은혜가 처음 야구를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쯤으로 기억한다. 라오스 최초 여자야구선수로 시작했다. (원래 은혜의 본명은 Phougeune Sounthala 푸응언 순타라) 다. 은혜는 라오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태국에 있는 피사누록이라는 지역으로 건너가 1년 동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나레수안 국제대학 영어학과 3학년이 되어 있다. 2019년 6월에 은혜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학 내에 소프트볼 클럽을 만들어 매일 야구 연습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은혜선수가 태국으로 넘어가 라오스에서 배운 야구를 태국 친구들에게 전파한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간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면 라오스에서 배웠던 야구기술을 가지고 53세 전직 태국 야구선수와 함께 남자선수 20명 여자선수 1명을 지도하는 모습이 여느 지도자들보다 훌륭하고 멋져 보였다. 턱없이 부족한 장비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공도 사고 직접 만들기도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기특했다.

라오스는 작은 국가이고 그래서 태국사람들은 라오스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야구를 배우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배운 은혜는 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직접 야구클럽을 창단했다. 또 선수를 모집하고 야구 장비를 후원받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수들과 같이 장비 구입을 위한 모금까지 하는 리더로 성장해 가고 있다.

워낙 야구를 좋아했고 착실했던 은혜인지라 지금의 행보가 앞으로 동남아 야구발전에 대해 더욱 큰 기대를 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앞으로 최초의 라오스 현지인 지도자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앞으로 이런 귀한 인재에 대해 헐크파운데이션에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사항에 서포트 할 계획도 있다.

백 년 전 우리나라에 야구를 처음으로 전파했던 필립 질레트가 지금의 한국야구의 발전과 인기를 상상도 못했으리라...

나 역시도 백 년 후 열악한 환경의 동남아에서 야구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 한 걸음씩 가는 발걸음이 나중에 길이 되리라 생각하며 힘을 내본다.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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