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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한반도 위기의 근원적 해결, 발상의 대전환이 답..
오피니언

손학규, 한반도 위기의 근원적 해결, 발상의 대전환이 답이다.

김현태 기자 입력 2017/09/27 19:15 수정 2017.09.27 19:28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 기념토론회 기조연설 전문

< 한반도 위기의 근원적 해결, 발상의 대전환이 답이다.> -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 기념토론회 기조연설 전문 

안녕하십니까?

올해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재단의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신 송태호 이사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중심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려던 회원 여러분들의 꿈을 저의 부족함으로 이루지 못한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토론회를 위해 주제발표를 맡아 주신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님, 토론을 맡아주신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님,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차관님,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경향 각지에서 참석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한반도 정세가 어둡습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한국군의 참여 없이 북방 NLL을 넘어 비행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막말 싸움이 도를 넘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한반도 안전을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재고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800만불 인도적 지원까지 발표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했지만, 북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계속 대화만 강조할 수도, 제재에 적극 동참할 수만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위기에 처할수록 분명한 자세를 확립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줄타기 외교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서 위기를 탈출하고 미래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한반도 미래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평화입니다. 우리 한반도에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뤄 놓은 것을 모두 파괴하고 미래를 말살하는 전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둘째는 장기적 관점입니다. 단기적으로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인내와 끈기를 갖고 변화를 추구할 때 인류가 추구해 온 기본적 가치, 자유와 평등은 반드시 실현됩니다. 이 가치가 바로 개혁 개방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민족적 동질성입니다. 우리는 한 동포로써 행복을 추구하고 공동의 번영을 이루어야 합니다. 당장은 통일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을 이룬다고 하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북핵문제는 이러한 기본원칙을 염두에 두고 다루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현실적 해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전략적 인내의 유지입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옵션이지만, 성공에 대한 확실성이 없어 위기의 장기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미-중 콘도미니엄 체제하에서 한반도의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무장입니다. 이 해법은 한국이 동맹에서 제쳐지는 통미봉남에 대비할 수 있으나, 중국의 안보 딜렘마에 대한 반발 수준은 사드 케이스를 능가할 것이고, 일본의 핵무장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셋째는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상 유지하의 평화 정책으로, 대화의 길을 열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 전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과 같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기능주의(functionalism)에 기반한 일종의 ‘거래적(trade-off) 성격의 정책’이었습니다. ‘핵포기 및 북한의 변화’와 ‘경제적 지원’ 사이의 거래가 대북정책의 기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니라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북한에게 ‘핵’은 바로 그들의 생존적 차원의 수단인 것입니다. 북한은 정권안보의 차원에서 핵이 핵심적인 가치이며, 경제적 지원은 이러한 생존적 차원의 핵과 거래할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은 강력한 핵 무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정권의 안보를 보장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있습니다. 군사적 제재, 즉 전쟁입니다. 이 가능성을 우리는 배제하지 않습니다. 군산복합 카르텔이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면 이는 동북아에서 본격적인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북한은 결사항전 할 것입니다. 중국이 어느 정도로 깊이 전쟁에 개입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의 동북아 지배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역할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어떠한 전쟁도 막아야 합니다. 전쟁은 우리에게 파멸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사태를 대한민국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평화적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비핵화와 더불어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평화프로세스의 전개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

평화프로세스의 전제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남북 공존의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어내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이뤄내야 합니다. 이것이 한반도 기본합의서의 정신이고 UN 동시가입의 뜻입니다. 

이를 위해 북·미간 국교 정상화를 수립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위한 중간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간 대화를 유도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듣지 않더라도 끈질기게 남·북간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대북 특사라도 파견해서 북한과 대화해야 합니다. 군사회담을 개최해서 긴장 완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적십자회담 등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스포츠와 문화인 교류를 실시하고, 어린이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차츰 경제 제재도 풀고 경제 협력의 수준을 높여가야 합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은 많은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쏴 대는데 무슨 평화고, 대화고, 지원이고, 협력이냐고!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라 압박과 제재의 시기라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적극 동참하고 군사적 제재, 억지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그러나 국민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해져야 합니다. 군사적 제재는 답이 아닙니다. 그동안 대화와 협력 없이 북한을 대해 온 제재와 압박의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전술핵의 재배치나 핵무장은 불가합니다. 우리 영토에 핵무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 쓰고 주력해야 할 것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교류의 시작이고 협력의 강화입니다. 시장 경제의 활성화는 시민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이는 정치적 변화의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개혁 개방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물론 지금은 개혁 개방을 말할 때가 아닙니다. 변화를 추구할 때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꾸준한 노력과 인내는 반드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통일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현존 분단 체제로 당분간 지속하되 적대적, 전투적 대결이 아니라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공동 번영의 뜻에 따라 교류하고 협력하면 결국 반드시 통일된다는 민족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으면 됩니다.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근대 이래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강대국의 탐욕과 갈등 속에 희생양이 되어왔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그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한반도가 통일될 때, 한반도는 중립화되어야 합니다. 어느 한 쪽의 동맹국으로 다른 강대국의 잠재적인 적국이 아니라, 모든 인접국들과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길은 쉽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반대가 거셀 것이고 국내적으로도 커다란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 또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우리는 독일의 브란트 수상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모범을 찾아야 합니다. 브란트 수상은 통일을 기대하지 않고 동독에 대해 ‘접촉을 통한 변화’를 실천했습니다. 급하지 않게 장기적으로 동독을 교류와 협력으로 접촉한 서독은 드디어 동독 인민들을 변화시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마지막 5개월간의 관리 총리를 빼고는 자기 마음대로 총리 한사람 임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김종필 등 자민련 총리와의 연립정부 하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고 하는 복지제도의 기초를 확립했습니다. 여소야대라고 해서 못할 것이 없는 것입니다. 양보와 타협의 합의정신이 그 기초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여소야대로 출범하면서 의회와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하루 빨리 협치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인 협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주고 받아야 제대로 협치가 이루어집니다. 

협치의 제도화가 바로 연립정부입니다. 독일이 정치적 안정 속에 최고의 경쟁력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최고의 복지국가를 이룩하고, 동서독 통일을 이루고, EU 최강의 국가로 우뚝 솟은 것은 연립정부에 의한 합의제 민주주의 덕분입니다. 

때마침 개헌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개헌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개헌안이 행여 대통령 중임제로 낙착되어서는 안 됩니다. 권위주의적 패권정치의 폐해와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국회에서 다당제가 일반적 추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이때, 내각제 또는 2원집정부제로 연립정부를 이루고, 권력 분립과 합의제민주주의로 정치적 효율성과 안정 기조를 유지하게 되기 바랍니다.

저는 10월부터 석 달 동안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 객원 교수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점검할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리콘 밸리에서 4차산업혁명의 진행과 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아야 되는가를 보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노동지침 폐지 등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의 분배 정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전면적으로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기업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기도지사에 재직할 때 파주 LCD 단지와 판교 테크노밸리 등의 첨단 산업단지들을 개발하고 외국의 첨단산업을 유치하면서 우리의 살 길은 기술이라는 철학을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제 전공분야도 아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생각하며 배우고자 합니다.

꿈을 같이 꾸면 꼭 이우러진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공동의 번영, 우리 한국 사회의 정의와 미래 발전에 대해 같이 꿈꾸고 그 뜻을 함께 이루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손  학  규 
201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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