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 내용이 공개됐다. 그리고 공개된 내용 중 한반도 부분이 알려지면서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언론, 그리고 미래통합당을 기준으로 한 국내 보수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극렬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현재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아무 힘도 없으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사진을 찍히기 위해 대화를 ‘구걸’하거나 실제는 어떤 성과도 내지 않고 이를 많은 성과를 낸 것으로' 포장'만 했다는 결론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 제목을 단 기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보도를 기반으로 미래통합당은 이를 정치문제화 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개별 의원들의 평가와는 별도로 당 차원에서 ‘볼턴 회고록’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4~5개로 취합해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그동안 김정은 일가의 평화를 위한 건지, 북한 주민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건지 헷갈리게 하는 문 정부의 지난 3년간의 평화 프로세스가 있었다”며 “국민은 청와대가 말 못할 진실이 있나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 내에서 제기된 ‘볼턴 회고록’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관련해서 의원들의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무소속 홍준표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은 물을 만난 듯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놀아난 트럼프와 문재인 정권의 동시 몰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이날 홍 의원은 “불과 2년만에 허위와 기만, 거짓에 가득 찬 문재인 정권의 대북 대국민 사기극이 볼턴의 회고록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본다”면서 “국민을 속이는 정권은 반드시 징치(懲治, 징계해 다스림)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볼턴의 회고록 보도 내용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의 심유경이 생각난다”면서 “거짓 외교로 동양 3국을 그 후 정유재란까지 오게 했던 그는 결국 일본으로 망명하기 위해 도주하다가 경남 의령에서 체포돼 척살된다”고 적었다.
이는 자신이 직접 회고록을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보고 문 대통령의 대북 대미 외교를 거짓 외교로 몰아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볼턴 회고록에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대미 외교가 ‘구걸’ ‘거짓’ ‘포장’ ‘매국’이었을까? 아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한반도 부분 첫 페이지부터 문 대통령이 개입했음을 적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줄기차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 된다는 기조 하에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를 설득하려 했음도 적고 있다. 따라서 홍준표 같은 대권을 노리는 의원이 언론보도만으로 단편적으로 판단, 거짓외교로 몰아부치며 ‘징치’ 운운한 것은 경솔하기 짝이없는 짓이다.
반면 볼턴의 회고록은 남북미 당국의 정상들이 평화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루는데 반대한 세력이 전쟁물자의 사업이 필요한 미국의 네오콘(neo-conservatives·미국의 신보수주의자), 한반도 평화와 남북 양측의 부강을 반대하는 일본의 아베임을 적고 있다.
일단 첫장부터 볼턴은 “2018.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정은의 초청장을 건넸다”고 쓰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를 초대하라고 권한 사람이 정의용 안보실장이었음도 명기하고 있다. 정의용의 이런 뜻은 정의용 개인의 뜻인가? 바로 문 대통령의 지시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 실장이 메신저가 되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적었다. 이는 또한 트럼프의 즉흥적 성격을 문 대통령이 이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어서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한국과 180도 달랐으며, 요약하면 내 시각과 비슷하였다”고 쓰고 있다. 볼턴은 스스로도 네오콘임을 당당하게 밝힌 자다. 그리고 북미관계도 북한의 노골적 굴복 외에 합의가 없다는 주의자다. 그의 이런 강경 입장은 곧 리비아 모델을 말했다.
그러나 그가 리비아 모델을 말하면서 북미 합의는 깨졌다. 미국의 약속을 믿고 개발된 핵무기를 내놓은 것은 물론, 핵주권을 포기한 가다피가 처참하게 죽은 것을 김정은은 너무도 깊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볼턴이 “일본의 시각이 내 입장과 비슷하다”고 쓴 것은 네오콘은 김정은을 가다피 식으로 처리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며 일본도 이런 기조였다는 뜻이다.
이는 애초 일본 보수의 핵심인 아베 정권도 네오콘의 뜻과 마찬가지로 북미간 회담이나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 없었음을 말해 준다.
특히 볼턴은 “싱가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미일 정상간 통화 (2018. 5.28)에서 아베는 김정은을 믿지 않으며,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마디로 일본이 북미협상 합의의 반대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은 이 같은 일본의 입장에 대해 반박하거나 하는 기사를 낸 적이 없다. 반면 볼턴이 “4.27 판문점회담은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문 비둘기들이 날아다지만 실질적 내용은 거의 없는 DMZ 축제였다”고 한 점을 주요 제목으로 뽑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접근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살피면, 판문점 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패쇄하는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합의했다. 그리고 볼턴도 이를 거론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를 통해 이 같은 북한의 약속을 전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이런 점을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볼턴은 이 회고록에서 분명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2018. 4.28 한미 정상 통화’에서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으며, 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1년 내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고 했다”고 썼다.
이어 볼턴은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며 “그는 당초 회담을 판문점에서 한 뒤 후속 남북미 3자회담을 갖자고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김정은이 싱가포르를 선호한다고 하자 물러섰다”고 밝혀 북미회담의 장소까지 문 대통령이 개입했음을 전했다.
이로 보면 결국 남북미 핵협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지 ‘들러리’나 ‘사진찍기용 끼어들기’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보수언론이나 보수정치권은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볼턴의 지엽적 지적, 네오콘의 뜻에 맞지 않은 내용의 비판만 자의적으로 수용하고 해석, 보도하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오인된 생각을 갖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24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야당의 자세를 비판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야당과 일부 언론을 향해 “네오콘, 일본의 주장과 한통속”이라며 “네오콘, 일본과 손 잡고 있는 토착 분단세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방해하는 ‘3대 분단 세력’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일부 언론은 볼턴의 일부 주장을 각색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폄훼하고 비판하고 있다”며 “도리어 네오콘, 일본의 주장과 한통속이다. 네오콘, 일본과 손잡고 있는 토착 분단세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방해하는 ‘3대 분단 세력’임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본보(신문고뉴스)는 이번 편을 시작으로 볼턴 회고록 해설 기사를 추후 4~5회로 나눠 연이어 싣는 것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독자 편의를 위해 영문 원본을 싣지 않은 점은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