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과거정부에 대한 자유한국당이 "최근 여권에서 벌이는 전전(前前) 정부에 대한 수사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는 정치보복 쇼에 불과하다(9월 30일, 강효상 의원)"고 한 데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 위원장(재선, 대전 서구을)은 "국민의 최대 요구이자 관심사는 적폐청산"이라며 이에 반박했다. 박범계 위원장은 "촛불 민심에 기반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원인을 거슬러 찾아가다 보니, 이명박 정부의 적폐가 드러난 것"이라며 MB 정부 관련한 수사가 정당하다고 피력했다.
박 위원장은 "(이게)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범죄 이전의 단서를 들춰내지 말자는 얘기로 들린다"며 "모든 범죄는 과거다. 범죄 단서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하려고 계획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치졸한 청원이야말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오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악성 댓글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도 실추시키는 정치공작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사정 당국을 인용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씨와 보수단체 간부 B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벨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보복에만 혈안이었다"
이어 이와 관련해 "국정원과 연계된 이 보수단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광고를 낸 것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며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수준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짚었다.
그는 "이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국가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이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만 혈안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바로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유한국당 등 일각에서 제기한 'MB정부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란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그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에만 골몰하며 되지도 않는 물타기 중"이라며 "이 전 대통령도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국익'이니 '퇴행'이니 적반하장도 정도껏 하라"고 일갈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적폐 청산은 퇴행적 시도"라고 밝힌 데 대한 비판이다.
그는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썩을 대로 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이 전 대통령의 불법한 일을 소상히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민주당 적폐청산위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도 본인 SNS 계정을 통해 "국민의 최대 요구는 적폐청산"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각종 국기문란 행위는 대부분 범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적폐청산의 기치를 더 높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8일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과연 그럴까"라며 이런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여기서 "이명박 정부의 각종 국기문란 행위는 대부분이 범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못 박았다. '국정원 댓글공작사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 문건' 등 관련 사건들이 범죄 구성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가기관이 특정 정파의 재집권을 위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불법공작을 한 것다.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박근혜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로 확대되면서 정치보복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나 ‘보수 우파 궤멸작전’으로 몰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 언론도 정치보복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9월30일치 <조선일보> 사설의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무현 정부와 자신이 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는지,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지 아는 사람입니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아는 정치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권 수사에서 정치보복 논란을 극복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과거 정권의 범죄에 대한 처벌에 그치지 않고 그런 범죄가 가능하도록 한 구조 자체를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는 정치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바로 정권교체를 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모두 승리하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시기가 언제든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 배경이 법질서 수호일 수도 있고 정치보복일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어느 쪽인지는 대부분 짐작할 것이다. 현 대통령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의 복수심에 불타고 있고 전전 대통령 측은 ‘그렇다면 다 까발려보자’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식 때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많은 국민이 ‘혹시’ 하고 기대했다. 그 기대는 ‘역시’로 바뀌었다. 한반도 핵위기가 일촉즉발인데 여당 사람들은 가진 힘의 9할을 전전 대통령에게 복수하는 데 쏟고 있는 것 같다. 양쪽 다 평정심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