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훈평 전 의원은 "권노갑 고문이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현장에 가야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으니 투표로 결정합시다"라고 말했다.
'현장 지원은 안 된다'는 쪽에 참석 인원 전원이 손을 들었다. 권 고문은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권 고문은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자신을 키워준 당을 버리고 나가면 안 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투표 뒤에 지도자는 구성원이나 동지들 의견에 따라야지 혼자 행동하면 지도자가 아니라고 했더니 전부 박수를 치더라"면서 "박지원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의 서울 관악을 출마 선언 이후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재·보선 4:0 전패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남 민심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권 고문의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을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특히 관악을은 호남 인구가 40% 이상을 차지해 당내에서는 "동교동계와 박 의원의 도움 없이는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 초기만 해도 2대2나 3대1 정도로 판세를 예측하는 분석이 나왔지만 전통적 텃밭지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안방을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당에는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당권을 거머쥔 뒤 첫 시험대인 4.29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는 1일 이번 선거전이 시작된 뒤 두번째로 광주로 내려가 조영택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호남선 KTX개통식에 참여하면서 호남민심잡기에 분주한 행보를 보였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호남 지지세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벌 박지원 의원과 김대중정권을 탄생시키고 현 야권의 토대가 됐던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표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지원에 손을 놓고 있어 문재인 대표의 애를 태우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일 '원탁회의'를 열어 당 대표급 인사들에게 4·29 재·보선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패배의 후유증과 앙금이 남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보선 패배는 1차적으로 문재인 대표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겠지만 박지원 의원 역시 두손 놓고 있다 패배할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관망행보를 끝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문제는 박지원 의원이 당장이라도 선거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다. 다급한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의원에게 어떤 카드를 던질지 여부는 4.29선거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