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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에게 회초리를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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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에게 회초리를 드는가?

전광훈 기자 earth0294@naver.com 입력 2020/07/29 10:34 수정 2020.07.29 10:57
강신욱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강신욱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故 최숙현 선수의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함께 안겨주었다. 먼저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 누구라도 할 것이다.

수백 개의 메달이 한 선수의 생명보다 값질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제시된 방안 역시 우리의 마음을 한 번 더 아프게 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회초리를 드는가? 적어도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회초리를 드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되며 회초리를 들 자격도 없다.

종목단체는 대한체육회의 산하단체가 아닌 회원단체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회초리를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이 잘 못하면 자식의 종아리를 때리기 전에 어머니의 종아리에 먼저 스스로 매를 대셨던 것처럼...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게 묻고 싶다. 故 최숙현 선수가 죽음으로 알리고 싶었던 가슴 깊은 절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29일 개최 예정인 대한체육회의 임시이사회 안건으로 대한철인3종협회를 준회원종목 단체로 강등하는 내용이 올려졌다.

누가 누구에게 회초리를 들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고 4천억을 쓰는 거대 조직이 내놓은 대안으로는 너무 초라하고 빈약하다.

다시 한 번 마음이 아파온다.

故 최숙현 선수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이번 대안으로 더 이상 대한체육회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대한철인3종협회 준회원 강등 조치안은 매번 스포츠계의 큰 사건과 아픔이 터질 때마다 보여준 대한체육회의 무능력함의 전형으로 느껴진다.

꼬리자르기를 넘어 면피를 위한 극도로 비상식적 조치이다. 책임을 전가하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책임지는 대한체육회를 우리 모두는 바란다.

국회의원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답답했나보다.

보다 못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용기 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도 이번 대한체육회의 조치를 보면서 더 이상 대한체육회가 새로운 대한민국 스포츠를 책임질 기관으로서의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故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이 주는 무거운 메시지는 이제 더 이상 대한체육회가 스포츠를 순수하게 정화시키지도, 비리를 근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식 있고 책임 있는 조직도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들이 매번 제시하는 대책과 약속은 이제 공염불에 불과하다.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더도 덜도 말고 꼭 세 판이란 뜻이다. 이 삼세판은 어린 아이들의 놀이에서 무언의 규칙으로 통용된다.

어린 아이들도 삼세판의 기회를 놓치면 기회 상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대한체육회는 어린 아이들도 수용하는 삼세판의 법칙도 모르는 것 같다.

故 최숙현 사건, 심석희 사건... 이제 말하기조차 부끄럽고 무서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질적인 체육계의 성 범죄와 비리들... 스포츠를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은 지금까지 삼세판이 넘는 기회를 대한체육회에게 너무나 관대하게 제공했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다.

스포츠 시스템도 많이 변화시켜왔고, 지금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 생태계 변화, 시스템 전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능력이 없어 의지가 없어 못한다면 이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스템의 실행 단추를 눌러야 한다. 이제 관망하고 눈치 보는 것은 공범이다.

강신욱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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