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10대 여학생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교육당국이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예고했다. 신고와 보고 누락 사실이 줄줄이 확인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미숙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여고생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 등 평소 알고 지내던 중ㆍ고교생들의 성 범죄행각이 수사기관을 통해 알려지기까지, 교육현장의 대응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에 나섰다 에이즈에 걸린 A 양이 다녔던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교, 교육당국은 학교 교사 여러 명을 불러 성범죄 발생 사실을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집중 추궁했다. 지난 12일 경찰에 따르면 남성의 꾐에 빠져 지난해 8월 조건만남에 나선 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안 A(16)양은 올 5월 고교를 자퇴했다. 그런데 3개월여 뒤 같은 고교 3학년 B군이 또 다른 여중생 C(14)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아동ㆍ청소년 성 범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거됐다. B군과 함께 붙잡힌 D(18ㆍ구속)군 등 4명 역시 용인 등지 학교 3곳에 다녔거나 퇴학당한 학생들로, 특정된 범행시점은 지난 4월이었다. D군 등은 앞서 A양을 조건만남의 나락으로 내몬 혐의로 검거된 주모(20ㆍ구속)씨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대부분이 지역 등을 고리로 연결돼 범행수법 등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교사들은 "학생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당국은 여학생들을 동원해 조직적 성매매를 알선한 최 모 군의 학교도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뒤늦게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지만, 문제가 터질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는 매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벌여 현장을 점검하고 있고, 지난 2월에는 신고 내실화 등을 담은 ‘학교 내 학생대상 성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성범죄에 소속 학생들이 연루된 학교만 최소 대여섯 곳,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안이한 초기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학교 이미지 실추와 대외적 비판,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우선 숨기고 보자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성매매에 나섰다 에이즈에 걸린 A 양에 대해 같은 지역 여고생들이 공개된 SNS로 험담을 늘어놓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진 정황도 파악했다. A 양 가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SNS에서 욕설을 퍼붓고, 관련 사실을 퍼뜨린 여고생 7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두 사건을 수사한 데는 학교의 신고가 아닌, 피해 여학생들 부모의 고소장을 접수하고서다. 피해자 A양이 고소하기 한 달여 전 자퇴신청서를 내고 가해 학생들이 수 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이미 담당교사 등이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 측의 신고나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아이들이 다녔던 중ㆍ고교 5곳 상당수가 신고의무를 팽개치고 은폐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관계자는 “학교가 성폭력 범죄를 숨기지 못하도록 경찰, 지자체 등 관련기관간 유기적인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