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저성과자 해고' 놓고 갈등
"해고 쉽게 하고 월급 깎겠다는 것
노동시장 이중구조 더 악화" 반발
[연합통신넷= 이진용기자]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서 사실상 탈퇴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일 예정됐던 노사정 4인 회의에 불참, 재계와 정부가 현재보다 진전된 안을 제시할 때까지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4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어 논의를 하고자 했으나 한국노총이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기 전에는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은 지난해 12월23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기본 원칙과 방향에 대해 기본합의를 한 이후 90여차례 특위와 전문가 그룹이 논의를 벌여 3월17일 합의 초안 마련을 시도했으나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근로계약 규칙 명확화, 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미 시한(3월31일)을 넘겨버린 노사정 대타협 논의는 한국노총이 다시 회의에 참여할 때까지는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와 정부가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정 대타협이 난항을 겪는 것은 사용자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정규직 해고 가이드라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계는 취업 규칙에 저성과자 해고 절차와 요건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여한 4인 회의는 이달 1일만 해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뤄냈으나, 2일 기획재정부가 정규직 해고 가이드라인을 밀어부치면서 다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경총도 정규직 해고 문제에 오히려 유연한 입장을 보였는데 오히려 기재부가 더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정규직을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노조의 반발로 임금피크제 도입도 지지부진하다"며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정규직 '보호 완화'를 지목해왔다. 지금보다 정규직 해고가 쉬워져야 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지난해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도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안에 대해 노동계가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든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과자 해고를 핑계로 실제 사업장에서 다양하게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계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기재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 기업과 경제부처 입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정규직 보호 완화를 고집하는 모양새인데 노동시장 구조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월급은 깎겠다는 것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는 정반대 방향만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독이 든 사과'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노동계는 차라리 논의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정 대타협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미 노사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예견됐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정 대타협의 3대 현안 모두 노사정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인데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고, 정부가 대타협 도출을 압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