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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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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얼굴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10/17 08:29 수정 2017.10.18 09:06
▲ 김덕권 칼럼니스트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얼굴

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 또는 마음이 넓고 쾌활하며 시원스러운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송서(宋書)》<주돈이전편(周敦頤傳篇)>에 나오는 이 말은 북송(北宋)의 시인인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를 존경하며 평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주돈이는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를 저술하여, 종래의 인생관에 우주관을 통합하고 거기에 일관된 원리를 수립함으로써, 성리학(性理學)으로 발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를 평하며「정견칭 기인품심고 흉회쇄락 여광풍제월(庭堅稱 基人品甚高 胸懷灑落 如光風霽月)」이라 한 것입니다.

즉, 정견이 일컫기를 ‘그의 인품이 심히 고명하며 마음결이 시원하고 깨끗함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과 같도다.’라고 칭송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는 말은 훌륭한 인품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잘 다스려진 상태를 말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사람이 제월광풍처럼 우아하게 늙어 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원불교《정산 종사 법어(正山宗師 法語)》<근실편(勤實編)> 33장에 정산 종사의 황홀한 모습을 예찬(禮讚)한 글이 나옵니다. 고(故) 안병욱(安秉煜) 교수가 극찬(極讚)한 정산 종사님은「내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좋은 얼굴」이며,「얼마나 정성껏 수양의 생활을 쌓았기에 저와 같이 화열(和悅)과 인자(仁慈)가 넘치는 얼굴이 되었을까」라는 평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진구(金珍丘)라는 분은 정산 종사님을「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 하셨고, 황성타(黃聖陀)님은「화풍경운(和風慶雲)」이라 평하셨습니다. 이 화풍경운은 온화하고 화창한 바람과 아름답고 상서로운 구름이라는 뜻으로, 성현의 자비스럽고 평화스러운 얼굴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작년 여름 저는 무명초(無名草)라 일컫는 머리에 배코를 쳤습니다. 저도 정산 종사님 같이 수행을 통해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그런 얼굴로 늙어가기를 소망(所望)하기 때문이었지요. 실로 정산 종사님의 마음 세계는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경지셨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마냥 조용하게만 보이는 듯하면서도 그 마음 세계는 천지를 흔드는 웅장함이 계셨고, 자애로움이 넘치는 만 생령(萬生靈)의 어머니 같은 분이셨습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4세라 하네요. 그러다보니 오래 사는 것 보다 우아하게 늙는 것이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맑고 밝고 훈훈한 얼굴, 선한 인상으로 호감을 주는 얼굴이 있는 반면, 가만히 있어도 성깔 있어 보이고 괴팍해 보이는 얼굴이 있습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 왔느냐에 따라 변해 진다합니다.

인간의 노화(老化)는 그 어떤 의학으로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노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아하게 늙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근 본적으로는 정산 종사님과 같이 마음에 욕심을 떼고 깊은 수양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수행에 몰두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우리 범부(凡夫) 중생(衆生)도 수행을 하면 정산 종사님과 같이 근사(近似)하게 늙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너무 적게 자고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뭐든지 균형이 알맞게 하는 것이 매우 좋은 것입니다. 낮잠을 자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입니다.

둘째,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 아름답게 늙어가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을 하면 곱게 늙어 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큰 사랑, 넓은 사랑을 하는 것이지요.

셋째, 마음가짐을 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별의별 경계(境界)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인 태도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곱게 늙어 갈수 있지요.

넷째, 노화에 맞서지 말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입니다.

의학의 발달로 작은 주름 하나에도 집착을 하고 피부미용 시술과 성형들을 하지요. 그러나 자연스럽게 늙어가야 합니다. 어색함을 주는 얼굴은 오히려 우아함을 상실하게 됩니다.

다섯째,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 놔야지요. 아무리 하고 싶어도 나이 들면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나이 들어 욕심을 부리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고 추하게 보여 사람들의 외면을 당하기 쉽습니다.

여섯째,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어린애들은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하면 귀엽지요. 그런데 나이 들어 말을 많이 하면 다들 싫어합니다. 그래서 말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잔소리는 금물이고요.

일곱째, 재산을 자식에게 다 물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산을 물려주어도 부모는 부모, 나는 나의 세상이 온 것이지요. 자식들이 죽는 소리를 해도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노후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습니다.

여덟째,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것입니다.

불러만 줘도 기쁜 나이입니다. 대외 활동을 기피하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병들 수 있습니다. 교당이나 동창회나 카페모임, 옛 직장 동료모임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물론 이 외에도 우아하게 늙는 방법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 여덟 가지라도 몸에 익히면 우리는 훨씬 우아하게 늙어 갈 수 있습니다.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나이만 먹고 백발만 난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남을 잘 용납하고 덕을 입히는 사람이 어른이지요.

우리 마음의 본말(本末)을 알고,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여, 마음을 요란하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으며, 그르지도 않게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제월광풍!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얼굴’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얼굴’로 늙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0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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