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사람 '人'자를 보면 서로 받춰줘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독존식으로 혼자 모든 일을 해낼 수가 없다. 나 혼자 똑똑하고 영특하다고 해서 사회나 조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으면 '너'가 있는 구도 속에서 세상만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하물며 조직사회는 어떤가. 거기에는 서로 이해관계를 가지며 상호 보완 역할이 필요한 곳이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다 맞물려야 기계가 돌아가는 이치다. 모두가 경험했을 것이다. 점퍼 지퍼의 홈 하나가 빠지거나 얽히게 되면 지퍼가 잠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조그마한 홈 하나가 별 것 아닌데도 그 하나 때문에 지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다양한 품성과 인격체가 모인 조직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나'라는 존재가 확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를 이루는 요소들, 즉 각 구성원들을 묶어가는 작업이 바로 '네트워킹(networking)'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네트워킹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인간적인 교분을 넓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서로 도와주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맺고,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하고, 갖고 있는 자원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런 욕망에서 시작된다.
인터넷과 스마트 통신기기를 통한 네트워크사회가 되면서 이런 인간적인 네트워킹은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해졌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흔히 네트워킹은 사람을 많이 안다는 것으로 평가를 한다. 통상적으로 세상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거나, 돈이 많아 자주 선심을 쓰고 베풀면 가만히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게 되어 있다. 아니 사람을 사귀기 이전에 사람들이 인연을 맺으려고 접근해 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유대보다도 인위적인 '커넥션'이라 할 수 있다. 인위적인 커넥션은 그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부(富)가 없어질 때는 그 효력도 줄어든다. 이것은 냉정한 의미의 인간적 네트워킹이라 할 수 없다. 돈과 권력으로 잠시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생겨난 새로운 개념이 '네트월딩(networlding)'이다. 이 개념은 멜리사 지오배그놀리와 조슬린 카터 밀러가 <인맥의 법칙>이란 책에서 제시하였다. 네트워킹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냐'하는 양적인 연결로 나타내지만, 네트월딩은 '얼마나 깊게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냐'라는 질적인 관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네트월딩이란 서로의 공통된 관점, 가치관, 목표를 발견하여 공유하며 상호 공감대를 통해 이들을 더욱 계발하여 서로에게 또 주위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개념이다. 곧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관계 설정이다.
그래서 네트월딩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 환경 속에서 내면적, 정서적, 정신적 가치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삶과 경력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곧 네트워킹은 전통적인 방식의 일차원적인 대면접촉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하지만 네트월딩은 현대적인 패러다임의 다차원적인 가치관과 신념의 공유로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사람관계를 인간적으로 어떻게 엮어 가는가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역량이 판가름 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인위적 커넥션에 치중을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위상이나 자존심을 세우려 한다. 그러한 허울은 어느 시기가 되면 없어지게 마련이다. 마치 유효기간이 넘은 약처럼 인위적 커넥션이 소멸하게 되면 말이다.
그렇게 때문에 인생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직장인이든 사업가이든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인간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란한 네트워킹이 아닌 잔잔한 네트월딩으로 인맥을 잘 쌓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다. 한 마디로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은 의례적 '안면트기'가 아니라 가치와 정서를 교감하는 진정한 '인간만남'을 이루어야 한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이인권 논설위원장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한 한국기록원 공식 인증 멘토형 예술경영가이다. 언론사, 공공 문화재단, 복합아트센터 등 국내외 다양한 전문 분야 활동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예술경영, 글로벌 경쟁력, 긍정성공을 주제로 한 책과 코리아타임즈 영어칼럼집 등 13권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 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