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사랑과 축복
우리 덕화만발의 가족 한 분이 저보고 죽음에 대한 얘기는 삼가는 것이 어떠냐고 충고를 해 왔습니다.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낙원에 죽음의 소리가 웬 말이냐는 것이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생사(生死)는 곧 대사(大事)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잘 죽어야 잘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태어나고 죽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큰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죽음을 평소에 연마해 두지 않으면 우리는 마지막에 창황경조(滄荒驚譟)를 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나이 40이 넘으면 죽음의 보따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중요한 죽음에 관한 말을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덕화만발에서 저라도 가끔 하는 것이니 양해해 주시면 어떨까요?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무디(Raymond A.Moody)’박사가 임사(臨死)체험자 150명의 증언을 근거로 작성한 ‘임사(臨死)체험’을 소개한 것이 있습니다. 레이몬드 박사는 체험자의 대부분이 비슷한 체험을 한 것에 착안해, 임사(臨死)상태에서 다시 의식을 찾을 때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14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충격의 임사체험을 한 번 알아보지요.
<충격의 임사체험>
1.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2.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 알 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4. 돌연 어두운 터널 속으로 끌려들어 간다.
5. 영혼이 육체로부터 벗어나, 외부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관찰한다.
6. 아무리 구해 달라고 소리쳐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7.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
8. 시각과 청각이 굉장히 민감해 진다.
9. 강한 고독감이 엄습한다.
10. 지금껏 알고 지낸 여러 사람들이 나타난다.
11. ‘빛의 존재’와 만난다.
12.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3. 앞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14. 다시 살아난다.
레이몬드 박사에 의하면, 죽기직전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판단기준은 자신이 얼마나 돈을 벌고 출세를 했는지가 아니라 ‘한 평생 얼마나 타인과 사랑과 온정을 함께 나누었는가?’ 입니다. 우리 삶의 가장 큰 두려움이자 숙제가 바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인류의 50%이상인 이슬람, 카톨릭, 기독교, 불교, 원불교 그 외 모든 종교 신도들은 사후세계가 존재함을 믿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죽음에서 부활하여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고 하고, 불교와 원불교에서는 죽은 다음에 여섯 종류의 다른 세계로 윤회(輪廻)하며 환생(還生)한다고 합니다. 그중에 지옥과 극락도 있고 짐승으로 태어난다고 하지요.
또 유교에서는 몸은 죽어서 땅으로 흩어지고 혼(魂)은 공기 중에 머물다 서서히 흩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신론자나 무신론자나 영혼의 존재는 대체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몸은 유한한 것이고 죽어서 썩어 없어지는 것은 불변의 사실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단지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갈아입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우리의 사후세계의 참 모습 일까요? 이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직 죽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좀 더 깊이 관찰하면 죽음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우리의 몸을 소우주(小宇宙)라고 말합니다. 인간과 자연은 별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들 삶의 지혜는 대부분 자연현상에서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들이 봄에 새싹을 틔우고, 여름에 짙푸른 녹음을 이루며, 가을에 아름다운 낙엽과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겨울에 잎이 지고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 썩고 맙니다. 그러나 다시 봄에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지요.
이러한 순환은 우주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반복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자연의 사계절과 흡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봄에 태어나서 여름에 왕성한 청년기를 지나, 가을에 완숙한 장년기를 보내고, 겨울에 황혼기와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연의 사계절이 반복해서 끊임없이 순환하듯이 우리의 삶도 나고, 자라고, 늙고, 죽음을 반복하며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삶을 동전에 비교하면 동전의 앞면은 삶이고 뒷면은 죽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이며,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이란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것이 편안한 잠과 같습니다. 이 잠과 같이 죽음은 우리의 금생과 내생을 이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죽음은 편안한 잠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삶의 일부이며 새로운 삶을 위한 관건(關鍵)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죽음을 또 다른 삶으로 그리고 새로운 삶을 위한 편안한 안식으로 받아들이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죽음도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진리의 사랑이며 축복으로 고맙게 받아들이면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죽음은 진리의 사랑과 축복입니다. 그 죽음을 앞두고 갖추어야할 세 가지가 보물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무상의 공덕(無相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相生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淸淨一念)입니다. 무상(無常)은 신속(迅速)합니다. 우리 저와 함께 죽음을 연마해가면 죽음에 다다라 찾아오는 공포는 면하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0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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