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유가족과의 약속 마무리"…野선 "정부 적극 조치 기대" 환영
[연합통신넷= 심종완, 임병용기자]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난간 곳곳엔 실종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진달래, 유채꽃 등이 흐드러진 새로운 4월이 찾아왔지만 세월호 참사로 생채기를 입은 사람들은 그대로다. 난간에 매달린 각종 사진과 리본 등은 점점 빛이 바래간다. 방파제 입구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진 9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권재근씨와 그의 아들 혁규군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교사 고창석·양승진씨, 단원고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군, 이영숙씨 등도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60)씨는 "하루빨리 선체가 인양되길 애타게 기다린다"며 "지금껏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더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방파제 입구엔 인근 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배 시간을 기다리느라 서성일 뿐 인적이 드물다. 1년 전쯤 통곡과 앰뷸런스, 언론매체, 자원봉사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유가족 임시 숙소, 분향소, 식당 등이 있는 공터와 방파제 사이 500m 남짓한 구간도 한산하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사회·종교 단체 등이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추모 공간으로 변한 폭 7~8m, 길이 200m가량의 방파제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만 쌓여 있다. 양측으로 내걸린 노란 리본 물결 사이 사이엔 인공 구조물들이 들어섰다. 서남쪽인 맹골수도를 향해 차려진 나무 밥상엔 누군가가 놓고 간 캔 음료수, 초콜릿, 바나나 등이 전날 내린 빗물에 젖어 있다. 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신발, 액세서리, 묵주 등도 한곳에 놓여 있다. 조도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방파제에 들른 김영주(64·조도면 신웅리)씨는 "실종자 사진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며 "세월호 사고가 우리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에 비하겠느냐"고 고개를 떨궜다. 방파제 끝엔 빨간색 '하늘나라 우체통'이란 설치 작품이 있다. 구원과 새 생명의 열망을 담은 노아 방주를 본떴다. 바로 뒤편엔 병아리 모양의 철골 구조물과 붉은색의 등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실종자를 기다리듯 방파제 너머로 넘실대는 파도와 마주한다.
방파제 중간쯤엔 사각형 모양의 타일들이 붙어 있다. 타일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와 그림이 있다. 조만간 완공되는 '천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란 추모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이후 대부분 유가족과 관계자 등이 철수하면서 팽목항은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실종자 2~3가족, 안산시청과 경기교육청 파견 인력, 경찰 등이 인근 공터의 가건물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현장을 지킨다.
그러나 주변 상권과 수산업은 몰락하다시피 했다. 병풍도와 동·서거차도 등 주변 섬사람들은 미역과 톳 등 수산물을 오염으로 제때 수확하지 못하거나 했더라도 '진도산'이란 이유로 판로가 막혔다. 항구 주변의 민박집과 식당, 슈퍼마켓 등도 거의 장사를 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방파제 입구에서 만난 여연수(49· 동거차도)씨는 "지난해 봄 이후 사고해역 인근에서 많이 나는 조기, 갈치, 병어 등을 잡지 못했다"며 "진도곽 등 해조류를 채취해 살아가는 주민들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팽목 선착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60·여)씨는 "사고 이전에는 관광객들로 식당이 북적였으나 1년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세월호 선체를 조속히 인양해야 한다는 정치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인천 강화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로 세월호 인양은 국내 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세월호는 인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굉장히 고무되고 적극 환영한다. 기술적 검토만 끝나면 (박 대통령이) 인양 쪽으로 마음을 갖고 계시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실종자를 찾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마무리짓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6일 인천 강화군 강화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인근 논에서 농민 고철수(〃 세 번째)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4·29 인천 서·강화을 재선거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세월호 선체 인양 목소리를 높여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 발언을 반겼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은 박 대통령의 적극적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며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당 소속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도 이날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세월호 선체 정밀탐사 결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현재 해저 선체의 상태와 주변 해역의 조건은 인양에 큰 무리가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6일 당 소속 의원, 시·도지사와 함께 국회도서관 앞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에 참석해 4·29 재보선 기호 2번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여당 내부에선 논란도 벌어졌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이달 중 세월호 인양 여부에 대한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 작업이 끝나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며 "여론조사 방식이 있고, 유가족·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각각 "옳지 못한 일",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진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1만t에 이르는 선체를 인양할 경우 원형 보존의 어려움, 천문학적인 인양 비용, 인양 과정에서 인명 피해 우려의 3가지 이유를 들어 세월호 인양에 대해 공개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