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불명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마천(司馬遷)의《사기(史記)》<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이 말은, 새가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큰일을 하기 위하여 조용히 적절한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 기회를 보며 적절한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지혜를 불비불명이라고 합니다.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즉위한지 3년이 지나도록 날마다 주색에 빠져, 정치는 돌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나서서 위왕에게 간언하지 못하였지요. 그런데 순우곤(淳于髡)이라는 신하가 위왕에게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 ‘큰 새가 한 마리 있는데 3년 동안이나 날지도 울지도 않으니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위왕은 “3년 동안 날지 않다가 날게 되면 장차 하늘을 찌를 것이며, 또 3년 만에 울게 되면 장차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오.”라고 답합니다. 위왕은 3년 동안, 앞으로 자신이 펼쳐갈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신하들을 평가하며 올바른 신하를 찾고 있었던 것이지요. 즉, 3년의 시간은 위왕에게 뒷날에 큰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리는 ‘불비불명’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옥중 투쟁’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재판을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선언한 것이지요. 갑자기 이 정치적 선언의 노림수는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하고 또다시 나라에 혼란이 찾아올까 몹시 걱정이 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한 번 들어 볼까요?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부의 구속 연장 결정을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옥중투쟁’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정치적 선언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요? 며칠 전, 법무부는 CNN이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는 등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받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바닥 난방시설과 TV, 관물 대, 수세식 화장실 등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 거실에 수용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침시간에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로 조도(照度)를 낮추고 있다. 수용실 내 전등 3개 중 2개는 소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법무부 관계자는 “밤에 시찰을 위한 것이어서 조도가 매우 낮아 취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법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하부요통 등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통 받고,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 자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치소 내부 의료진으로부터 필요 시 수시로 진료를 받는다. 허리 통증을 호소해 접이식 매트리스를 추가 지급하고, 의료용 보조용품 사용을 허용해 처우에 적정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 6~7명이 함께 쓰는 방을 구치소 측이 개조해 만든 독방을 사용 중이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보지도 못한 영국의 MH그룹이 어떻게 CNN과 인터뷰를 하고,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UN 인권이사회에 문서를 발송했을까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여론을 호소해 조기 석방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유엔이나 CNN 같은 데서 이 문제가 다뤄지도록 한 후에 좀 더 있으면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하려고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빨리 구치소에서 나오는 걸 목표로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추진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희찬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권침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했다고 본다.”면서 “부산 고등법원 등에서 과밀수용의 결과로 감방면적이 너무 좁아서 인권침해 당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들이 다 이겼다. 그분들이 전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수감됐던 사람들”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인정한 수용면적이 1인당 1.06 평방미터이고,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면적은 10.08 평방미터다. 10명이 쓰는 면적을 혼자 쓰고 있다” 했습니다. “또 그 ‘더럽고 차가운 시설’을 고치지 않은 책임도 박 전 대통령 본인한테 있다. 이것을 UN기구에까지 제소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인권이사회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계속해서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등, 여러 가지 인권에 관련한 권고를 했다. 그런데 단 한 건도 수용하지 않아놓고는 이제 와서 자신의 문제를 이렇게 과장해서 제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를 한 것입니다.
아울러 ‘건강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았다’는 MH그룹의 주장에 대해선 “본인이 원할 때 병원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문턱에 발가락 다쳤을 때도 본인이 원해서 외부진료를 받았고, 최근에 허리통증 때문에 여의도 성모병원에도 다녀왔다”며 “무엇보다도 구치소장이 열흘에 한 번씩 이례적으로 직접 면담을 하고, 하루에 두 번씩 변호사 면담을 하는 등 오히려 일반 재소자들보다 훨씬 양호한 의학적 관리 상태에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박근혜님이 대통령이나 공주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한민국은 평등사회입니다. 특혜나 차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불비불명’의 고사(古事)처럼 그 안에서 한 번 날아 사자후를 외칠 수 있는 실력을 조용히 길러 혹 다시 찾아 올 수 있을지도 모를 때를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많은 국민들의 동정과 용서를 받아 곧 감옥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조동(早動) 하고, 경동(輕動)하며, 망동(妄動)을 한 것 같아 여간 안쓰러운 것이 아니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0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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