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우리 원불교 여의도교당의 교도(敎徒) 두 분이 열반(涅槃)에 드셨습니다. 한 분은 근 10년간 길고 긴 투병 끝에 돌아 가셨지만, 한 분은 뇌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이 두 분의 죽음을 보고 ‘열반을 앞두고 생각해야 할 일’에 관해 알아보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아 정리해 봅니다.
세간에서는 열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육신의 죽음을 열반이라 하는 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열반은 모든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를 말합니다. ‘열반’은 산스크리트어의 ‘니르바나(nirvāṇa)’를 음역한 것입니다. 우리 말로는 취멸(吹滅) · 적멸(寂滅) · 멸도(滅度) · 적(寂) 등으로도 번역되지요.
본래 열반의 뜻은 ‘소멸’ 또는 ‘불어 끔’입니다. 그러니까 ‘타오르는 번뇌의 불길을 멸진(滅盡)하여 깨달음의 지혜인 보리(菩提)를 완성한 경지’를 의미하게 된 것입니다. 열반은 생사(生死)의 윤회와 미혹의 세계에서 해탈한 깨달음의 세계로서 불가(佛家)의 궁극적인 실천목적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탈(解脫)하여 열반에 들어가고, 부처가 되어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집착과 욕망과 번뇌의 끈을 자르는 것입니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집착하는 마음만 없으면 자기의 존재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면 윤회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지 않게 된다. 태어나지 않으면 늙음, 죽음, 슬픔, 고통, 번뇌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집착하는 마음’은 모든 욕구와 욕망인데, 모든 욕구와 욕망을 버리면 고뇌가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불가에서 추구하는 최고선이 열반입니다. 열반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절대적 정적, 즉 절대적 무(無)의 상태로 마치 거센 바람에 꺼져 버린 불꽃처럼 열반은 거센 바람에 의해 생명의 불꽃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준비를 소태산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첫째, 정신수습으로 공부를 삼는 것입니다.
열반이 가까워 오면 만사를 방념하고 오직 정신수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죽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오직 정신통일을 공부로 삼아야 합니다.
둘째, 미리 유언을 해두는 것입니다.
미리 이 유언을 처결해두지 않으면 정신이 산란해질 수 있습니다. 미리 처결하여 그 관념을 끊어서 정신통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
셋째, 원수 맺은 일이 있으면 풀어야 합니다.
평소에 혹 남에게 원한을 품었거나 원수를 맺은 일이 있으면 그 상대자를 청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전혐을 타파해야 합니다. 만약 그 상대자가 없으면 혼자라도 그 원심을 놓아버리는 데에 전력을 다 기울이는 것입니다. 만일 마음 가운데 원진을 풀지 못하면 내생의 악한 인과의 종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지요.
넷째, 모든 착심을 여의는데 전력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되 애욕 경계에 집착하여 그 착심을 여의지 못하면 자연히 참 열반을 얻지 못합니다. 그 착 된 바를 따라 영원히 악도윤회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청정일념을 챙기는 것입니다.
최후의 시간이 이른 때에는 더욱 청정한 정신으로 일체의 사념을 버리고 선정(禪定) 혹은 염불에 의지하여 영혼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평소에 비록 생사진리에 투철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능히 악도를 면하고 선도에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이 다섯 가지만 잘 실행하면 죽음에 다다라 종종걸음을 치지 않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 다섯 가지는 죽음에 이른 사람만 행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평소에 근본적으로 신심이 있고, 단련이 있는 사람에게 더욱 정진하라는 소태산 부처님의 간절한 부탁이십니다.
무상(無常)이 신속합니다. 잘 죽는 것도 실력입니다. 열반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보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덕(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원리를 철저히 깨달아 최후일념을 청정히 하는 것이 열반 전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저는 우리 집, 제 침상에서 죽고 싶습니다. 지난 해, 우리 부부는 <연명치료거부 약정서>를 이미 보건복지부에 신청해 두었습니다. 그것이 좌탈입망(坐脫立亡)은 못되더라도 탐심·진심·치심 다 여의고 완전한 해탈을 얻고 참 열반의 길인지도 모르겠네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8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