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8%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대선은 여야 지지층, 진보와 보수표의 바닥을 드러낸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여야의 득표율이 각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또 대선 득표율은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지난해 7·30 재·보선 결과에서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4·29 재·보궐 선거도 해당 지역의 대선 득표율을 보면 판세뿐 아니라 선거 승리를 위한 여야의 '매직넘버'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전망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관악구에서 40.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59.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관악구가 통상 여야 4대 6 비율로 야권지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투표율이 낮아지면 비율은 달라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정치연합의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의 정동영 후보가 나란히 출마하면서 야권표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60%의 파이를 둔 두 야권 후보 간의 싸움이 돼 버린 셈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최소 40% 득표율을 넘어서야 승리를 넘볼 수 있을 듯하다.
인천 서구에서는 박 대통령 50.2%, 문 대표 49.5%, 강화군에서는 박 대통령 69.9%, 문 대표 29.5%씩 득표를 했다. 서구는 '백중세' 지역, 강화군은 '여권지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구 인구가 50만명인데 비해 강화군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해 서구 검단 지역 유입 인구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성남 중원의 대선 득표율은 박 대통령 46.5%, 문 대표 53.2%씩이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46.1%, 김미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46.8%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여권표가 적어도 46%는 나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새누리당에는 '4%'가 매직넘버가 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차단하면 승리할 수 있다.
광주 서구는 박 대통령 8.1%, 문 대표 91.7%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야권의 텃밭이다 보니 여권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9.7%를 얻으며 파란을 일으킨 곳이라는 점과, 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 후보가 분열할 수 있다는 점은 새누리당에 희망이 되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를 3주 남짓 앞두고 여야가 모두 '텃밭'에서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인천 서·강화을이 '내분'으로 뜻밖의 박빙세로 돌아섰다는 자체 분석이 나오고 있고, 27년간 야당이 장악했던 서울 관악을은 야권분열로 '수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강화 쪽 사정을 잘 아는 새누리당 관계자는 "강화는 집성촌으로 이뤄져 혈연의식이 강하고, 섬이라는 특성상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강화 출신이 아닌) 안상수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금방 올라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새누리당 자체조사 결과, 안상수 후보와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안 후보가 신 후보를 2~3%포인트 앞서고 있다. 원래 10%포인트 이상 차이 나던 지역"이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신동근 후보를 '강화에서 13년을 산 강화의 아들'이라고 강조하고, 문재인 대표의 부인 김정숙씨가 강화 출신인 점을 내세우는 등 강한 연고주의를 바탕으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전략위원장은 이에 "경선 후유증 등을 수습해 흩어진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이번 선거가 야당 심판이 아니라 경제 실정 심판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