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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2만 그릇의 감동..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2만 그릇의 감동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10/24 07:22 수정 2017.10.25 08:20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2만 그릇의 감동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짓지 않은 죄를 받지 않지요. 이것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과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은연중에 짓지도 않은 큰 복을 자꾸 기다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지요.

며칠 전 10월 19일, 중국의 ‘료녕신문’에 이런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 음식점 업주가 환경미화원 등에게 2년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준 것입니다. 구이저우(貴州) 성 쭌이(遵義) 시에서 두부 음식점을 운영하는 ‘순 쥐엔’씨가 2015년부터 환경미화원, 군인 그리고 70세 이상 노인 등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 순씨가 공짜로 건넨 음식만 자그마치 2만 그릇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게 바깥에는 아예 “환경미화원, 군인, 70세 이상 노인 분들에게 음식을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어려운 집안에서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자라온 순씨는 형편이 나아지면 받은 만큼 자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씨는 “미화원분들은 아침 일찍 나와 점심에야 들어가신다.”며 “그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군인들도 일하느라 고생하고, 노인 분들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네요. 순씨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중요치 않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고, 받은 만큼 은혜를 갚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야말로 나누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분이 아닐까요?《비야사문경(毘耶恣問經)》<상편>에 석존(釋尊)께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중부 인도의 아유쟈국의 고오가 강기슭에 계셨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오백 명의 선인(仙人)을 거느린 ‘비야샤’라는 선인이 제자들을 데리고 석존을 찾아와서 예배를 드린 다음 <보시(布施)의 공덕>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존님을 여기서 뵈옵는 것은 저희들의 크나큰 기쁨입니다. 보시(布施)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요? 그리고 무슨 까닭으로 보시를 하는지요? 또한 시주(施主)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요? 또 보시의 공덕은 죽은 다음에도 그 사람에게 복덕을 준다고 하는데,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요?”

“잘 들어 보아라. 마음에 믿음을 가지고 베푸는 것을 보시라고 한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타인을 경시하지 않으며 행하는 것을 참다운 보시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복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에 믿는 마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염원(念願)을 품고 재물을 베푼다면 이런 사람을 참다운 시주자라고 하는 것이다.

보시에는 법을 풀어서 들려주는 법시(法施), 사람이 살아가는  의 · 식 · 주를 베풀어 주는 자생시(資生施), 사람이 사는 옥택시(屋宅施), 등명시(燈明施), 향시(香施)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들 다섯 가지의 보시를 만족하게 하는 사람을 시주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시자는 그 과보(果報)를 절대로 잃지 않는 법이다.”

“깨끗한 보시라함은 어떠한 보시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사람이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에 대하여 자심(慈心), 상심(常心) 희심(喜心)의 세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재물을 베풀 때 이것을 깨끗한 보시라고 하는 것이다.” “예 간곡하신 설법을 들으니,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부터, 그는 석존의 가르침대로 보시를 행하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보시는 중생이 공덕을 쌓는 최고의 방법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베푼다고 공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주거나, 받을 자격이 없는데 욕심껏 받아 챙기면 이는 도리어 죄악이 될 뿐이지요.

그래서 불가에서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주고받는 물건이 다 깨끗해야 한다는 삼륜청정(三輪淸淨)을 강조해왔습니다. 주는 사람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급부를 기대하다가 나중에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섭섭해 할 바에는 차라리 안주느니만 못한 것이지요.

이에 비해 받는 사람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받을 자격도 없이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욕심을 내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주고받는 물건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뇌물을 주거나 훔친 것을 나누는 행위는 보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어도 주었다는 마음이 없고, 받아도 부끄럽지 않으며, 주고받는 물건도 깨끗해야 참다운 보시가 되는 것이지요.

이 보시를 행하는 데에도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마음을 항복받는 것입니다.

열심히 보시 행을 실천하면 자신의 마음을 항복받고 욕심을 버려 마음을 비울 수 있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보시를 하면 본래의 자신이 점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중생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습(習)과 인식을 보시를 통하여 제거할 수 있는 것이지요.

둘째, 보시 행을 통하여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현재의 괴로움은 대부분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한 결과로 받는 것이지요. 그동안 각자가 지녔던 이기적인 마음에 따라 행한 것들이 모두 갚아야 할 빚이 됩니다. 그래서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빚도 갚고 미래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셋째,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해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는 얻는 것이 없어도 정성이 담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즉, 물건을 서로 주고받으면 물건의 가감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은 서로의 가슴에 크게 남아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 ‘2만 그릇의 감동’이요!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이 길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는 것이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만고에 변함이 없는 상도(常道)인 것입니다. 어찌 우리가 보시공덕을 쌓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월 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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