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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출마에,. 야성과 "소통으로 풀것"..
정치

정동영 출마에,. 야성과 "소통으로 풀것"

김현태, 심종완 기자 입력 2015/04/08 20:52
정동영 전 장관이 4·29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2009년 재·보선에서 무소속 당선 이후 꾸준히 진보적 행보를 보였지만, 여전히 곱지않은 시선이 따라다닌다. 시대적 대의명분조차 물음표가 되어버린 정치상황에서 정동영이라는 정치인 또한 물음표로 남아 있다. 
 

[연합통신넷= 김현태, 심종완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국회의원 300명이 영화감독 한 명, 연극연출가 한 명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를 관람하면서 한 말이다.

그랬던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다시 안개 속 전투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구경꾼이 아니다. 직접 주연배우로 무대에 선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대사는 결코 간단치 않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독백처럼.

“정동영 전 장관이 지난 5년 사이에 이름이 이렇게까지 회자된 것은 처음이다. 정 전 장관은 사실 정치적으로 죽은 상태였다. 대선에 출마했던 이인제 의원, 이회창 전 총재 등은 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죽은 후에 이 정도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정도 기회나마 다시 만들어냈다는 데에 경의를 표한다.” 여의도의 한 전략전문가의 말이다. 지난 3월 30일 정동영 전 장관은 4·29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최소한 한 가지는 성공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빠른 속도감
 

정 전 장관에게 따라붙는 말은 ‘몽골기병’이다. 그가 당 의장 선거 때 내세웠던 말이기도 한데, 속도감과 현실감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그의 발빠른 기동전과 관련해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2004년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을 때였다. 열린우리당 창당자금에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2억원이 유입된 것이 한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 전 장관은 ‘확산을 차단하라’며 즉각 당사 퇴거명령을 내렸다.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 자리한 화려한 당사를 떠나 가장 낡고 허름한 장소를 찾으라는 명령이었다. 새 당사를 물색한 지 3일 만에 섭외한 장소는 영등포 청과물시장의 허름한 농협 창고 건물이었다. 이틀 후에 바로 이사를 했고, 짐을 정리하자마자 첫 회의를 시작했다. 불법자금 보도가 나고 불과 일주일 만에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한 당직자는 “무슨 전투하듯이 당사를 이전했다”고 회고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의 속도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당의 지지도가 정체기였을 때도 정 전 장관은 당대표 직선제를 제시하면서 먼저 치고 나갔다. 이는 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결국 본인이 당대표로 당선되는 계기가 됐다. 여의도의 한 전략전문가는 “이번 4·29 재·보선 출마도 정 전 장관의 속도전·기동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철학과 깊이가 없다는 이미지도 그가 넘어야 할 숙제였다. 그는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 대선 패배 후 2009년 4월 29일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정 전 장관은 이후 거침없는 진보적 정치행보로 자신의 철학과 깊이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 해 6월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남일당 용산참사 현장이었다. 그 후 그는 희망버스 현장, 쌍용자동차 투쟁 현장, 강정마을 등 사회적으로 진보 의제라고 불리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행보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언제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뒷말이 붙어다녔다. 당시만 해도 그의 측근으로 불렸던 한 의원은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한 것부터 너무 빨랐다. 손학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올 때 강원도에 칩거하면서 전환의 시간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었나. 정 전 장관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회심’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일렀다는 것이다.


철학과 깊이가 없는 속도전이 취약점
 

그러나 그의 진보적 행보가 5년 넘게 지속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서도 이제는 그의 진정성을 알아줘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이 용산참사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 유가족들은 냉담했다. 그러나 냉담한 기류 속에서도 그는 꾸준히 찾아와 조용히 있다가 돌아갔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유가족들도 마음을 열고 정 전 장관을 의지했다는 후문이다. 2011년 당시 통합민주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 당헌을 명시하고 부자 증세 및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당론화한 것 또한 정 전 장관이 했던 일이다. 그와 친분이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티가 안 나는 일을 많이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선거제도 개혁안을 공약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서 애를 많이 썼다. 용산참사와 관련해 비공개로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목놓아 우는 모습을 봤다. 사실 보여주기식 이미지 정치라면 비공개 토론회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겠나. 적어도 진보적 행보를 5년 넘게 지속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진보적 정치행보에 반신반의의 눈길을 보내고 진보적 기회주의자라는 낙인이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돌아온 후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에 출마해 당선했지만 그는 쏟아지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배신과 철새의 낙인이 찍혔다. 진보적 정치행보는 당시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정치적 선택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선택은 진보에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유일한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다. 정동영 전 장관과 가까운 지인은 “진보적 행보도 그렇고 지난해 탈당하고 국민모임 간 것도 그렇고, 정동영 전 장관이 잘나갈 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박수를 받았을 텐데 정 전 장관이 굉장히 힘들 때 이런 선택을 하게 되니까 그 선택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실 이해는 간다. 만약 새정치연합에서 DY 지분도 남아 있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국민모임을 선택했다면 여러 가지 선택지 중 국민모임으로 승부를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새정치연합에서는 공천받지 못할 상황에서 선택을 하니까 시기상으로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국민모임은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아래 창준위)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창준위는 선관위에 등록 절차를 마치면 '준정당'으로 인정을 받는다.
 
제도권 정치에 실질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동영 전 장관(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국민모임의 후보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다. 시기상으로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하며 그 힘으로 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그 후 일주일 동안 국민모임은 '말'이 없었다.


침묵의 시간은 길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그 원인은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인한 내부 논쟁 때문이었다. 정 후보가 출마를 고사하다가 막판 출마하는 것으로 돌아섰고, 그 과정에서 정 후보의 출마를 종용하던 국민모임 지도부는 출마 반대로 마음이 돌아섰다.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3일 4.29재보궐 선거 서울 관악을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지난 30일 출마선언을 하고 나흘 만이다. 당시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민모임을 반드시 대안야당으로 키워야겠다. 그리고 진보세력을 통합해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진보적 대중정당,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해야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말은 자신이 '국민모임'의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그의 측근들에게 물었을 때도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는 게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국민모임이 아직 온전한 정당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모임은 기호를 부여받을 수 없고, 서류상으로 정 위원장은 '무소속'이다. 그가 스스로 이력에 국민모임 소속 후보임을 밝히는 것만이 허용된다.


그래서 선거기간 국민모임 후보임을 밝힐 것인지를 물은 것이고, 위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정작 국민모임 쪽은 정 위원장의 출마에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모임은 바로 전날인 3월 29일 중앙당창당준비위 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어쩌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 위원장 출마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출마선언 자체가 갑작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도 봤지만, 국민모임은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논평이나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았다. 특히 국민모임을 주도한 창준위 공동위원장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정 위원장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위원장이 선거운동을 정식으로 시작한 이날까지도 국민모임 후보로 확인하는 공식적인 언급조차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모임 측은 "창준위 의사결정을 하는 상임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세균 교수, 신학철 화백, 최규식 전 의원 등 공동상임위원장 이외에 아무런 체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현재 상황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정 위원장의 출마 선언 전후로 국민모임 내에서 상당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아직까지 그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마 요구에서 출마 반대로, 불출마에서 출마로... 엇박자 낸 두 세력


▲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결의 다지는 국민모임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세균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와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며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이날 창단준비위원회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학철 화백, 최규식 전 의원을 공동상임대표로 선출하고 창준위 규약을 채택했다.
 

현재 국민모임에는 크게 두 세력이 있다. 하나는 김세균 교수로 대표되는 본래 국민모임이다. 이들은 지난해 '비중도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당 통합'을 골자로 하는 105인 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또 한 세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야당교체'를 핵심가치로 하는 정동영 위원장 측이다. 지난 2월 정 위원장이 국민모임 합류를 선언하면서 두 세력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정 위원장의 출마를 놓고 양측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서 확인되는 부분이다. 의문이 드는 것은 김 교수 측에서 정 위원장에게 출마를 요구해왔고, 정작 출마를 결정했는데 왜 갈등이 일어났느냐는 점이다. 그것은 출마를 종용하던 김 교수 측이 막판 출마를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고, 정 위원장 측은 출마를 고사하다가 출마하기로 의견을 바꿨기 때문이다. 양측의 생각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정 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번 보궐선거가 가지고 있는 중차성에 비추어서 정동영 위원장이 관악을의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기를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모임이 책임 있게 반드시 승리해야 할 선거구가 관악을"이라며 "가장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다 보니까 최종적으로 정 위원장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부에서 내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김 교수의 출마제안을 고사했다. 정 위원장은 그에 앞서 며칠 동안 해외로 출국해 언론 접촉을 피했다. 출마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 그는 돌아와 김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불출마를 재확인했다. 김 교수는 "정 위원장 의견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최종적으로는 29일까지 의사표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 후 국민모임은 27일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정 위원장 출마와 관련해 '정 위원장이 최종 결정한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정 위원장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는 "출마와 불출마 두 가지 생각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라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틀 뒤 창준위 발기인 대회에서 그는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라고 말했고, 그 다음날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러나 그 사이 김 교수를 비롯해 일부 국민모임 측 인사들은 그동안 출마를 촉구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국민모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관악을에 출마하게 되면 정의당과 노동당 등이 이미 출마한 상황에서 향후 진보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26일 두 사람의 회동에서 불출마를 확정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은 "진보대통합"... 정동영은 "야권교체"


▲  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3일 오전 관악구 삼성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같으면서 미묘하게 다른' 창당 목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민모임 측은 진보정당 통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중도 진보정당'이라는 노선을 분명히 했고,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세력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정 위원장 측은 진보적 노선을 가지고 있지만 '야권교체'가 우선한다.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을 세우는 걸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 위원장의 출마선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가 "국민모임을 반드시 대안야당으로 키워야겠다"고 한 것은 자기 측근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또 "진보세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건 국민모임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가 "진보적 대중정당",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미묘하게 다른 말을 반복한 것도 같은 이유다.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정치행위로 구현되면서, 양측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노동당이 불편함을 담은 논평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정의당은 정 위원장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당의 경우는 당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나경채 당대표가 출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정동영의 관악을 후보 출마, 대단히 유감"이라며 "진보결집 논의에 난관이 조성됐다"라고 밝혔다.


3일 정 위원장의 첫 선거운동에도 김 교수를 비롯해 국민모임의 핵심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 위원장을 지지하는 지역의 인사들이 중심을 이뤘다. 이에 정 위원장 측은 "아직 당(국민모임)이 얼마나 지원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창준위 상임위가 구성되면 같이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에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한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모임 측 관계자는 "아직 창준위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 위원장 출마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건 맞다"라며 "갑작스럽게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것이 진보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는지 논란이 있는 것도 맞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이 국민모임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상임위가 구성되는 대로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일단 봉합되더라도 정 위원장이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내느냐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이후에도 계속 될 수 있다. 정 위원장이 당선돼 국민모임 안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더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하거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정 위원장 측에 강한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그러한 내부논쟁은 지난 3일에서야 선관위에 창준위 설립 신고를 할 때까지 계속됐다. 정상체제로 돌아온 지난 5일에는 첫 번째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첫 당직 인사를 발표했다.


창준위 위원장을 맡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6일 오후 <연합net>와 만난 그동안 국민모임 내부에 있었던 논쟁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정 후보의 출마를
가장 강하게 주장했으나, 막판에는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후보로 인정할 것인가 논쟁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정 후보는 국민모임의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고, 출마 여부는 국민모임의 향후 방향에 큰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정 후보도 안 하겠다고 하다가 하겠다고 생각을 바꿨고,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번에는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런 과정에서 정 후보가 조직의 결정을 받지 않고 혼자 출마를 결심한 것에 사과했다"라며 "출마를 한 이상 다시 뒤엎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전당적으로 지원해 당선되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양측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났다는 얘기다.


이어 "정 후보의 출마로 오해가 있었던 다른 진보세력과 연대, 공동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결정했고,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가 출마하면서 국민모임의 중요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진보통합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이번 논쟁의 핵심 이유였음을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내부논쟁과 관련해 "여러 세력이 하나로 융합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하지만 조직은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고 긴장이 있어야 건강해진다. 물론 그런 긴장과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파탄이 날 수 있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하면 조직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동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장.
 

- 정동영 후보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다가 마지막에 의견을 바꾼 걸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 후보는 국민모임의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출마 여부는 국민모임의 향후 방향에 큰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이 일관되게 갈 수 없었다. 정 후보도 안 하겠다고 하다가 하겠다고 생각을 바꿨고,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번에는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정 후보는 자기 결단에 의해 출마를 결정했다. 그러다보니까 조직 내부에서 정 후보의 출마를 인정할 것인가, 정 후보의 출마를 지금이라도 부정할 것인가 논쟁이 있었다.

정 후보의 출마를 반대하는 쪽은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번 출마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 후보가 조직의 결정을 받지 않고 혼자 출마를 결심한 것을 사과했다. 그리고 출마를 한 이상 다시 뒤엎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전당적으로 지원해 당선되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정 후보의 출마로 오해가 있었던 다른 진보세력과 연대, 공동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도 결정했고,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게 됐다."


- 지난달 29일 창당발기인대회 이후 국민모임은 일주일 가까이 활동이 없었다. 내부 논쟁이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

="내부 의견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정 후보의 출마 결정이 늦어지면서 다른 진보정당들과 선거공조도 재조정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출마 자체에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은 여러 가지 의견이었는데, 이번에는 나가지 말고 내년 총선에 나가야 한다는 것과 당이 정 후보의 '사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아예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출마를 하지 말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모임 안에는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 있다. 오랫동안 사회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부터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사람도 있다. 서로 상이한 영역에 있었다. 그러니 경험들도 상이하다. 그들이 하나로 융합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하지만 조직은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고 긴장이 있어야 건강해진다.

물론 그런 긴장과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파탄이 날 수 있다.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하면 조직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번이 그런 과정이었다. 그동안 활동이 중단되고 내부의 논의를 알리지 못한 것에는 사죄해야 할 점도 있다. 더 많이 논의하고 소통해서 국민모임 정신에 합당한 활동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의당과 노동당에 사과"


- 국민모임은 어제 창준위 인선을 발표하고 정상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모임의 첫 선거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중앙당 차원에서 총력지원체제를 구축해 후보를 지원할 것이다. 최근 관악을 선거를 놓고 정동영과 문재인의 대결, '친노'와 '비노'의 싸움인 것처럼 언론에서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데, 그건 정 후보 출마의 핵심적인 이유를 가장 잘못 해석한 것이다.

친노-비노의 문제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말 대다수의 국민들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윤 중심의 세상, 시장만능 신자유주의 시대를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그런 야당을 대체하기 위한 첫 싸움이 바로 이번 선거다."


- 관악을에서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나?

="정의당, 노동당, 노동자정치연대와 함께 긴밀하게 '4자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 속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 그 논의에서 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로 단일화가 가능한가? 단일화 방식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원칙적으로는 모든 경우가 가능하다. 4자협의의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도 지지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가져가야할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광주에 천정배 전 장관과 강은미 정의당 후보가 출마했다.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강은미 후보다. 애초 천 전 장관을 우리가 영입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확고하게 강 후보를 지지한다. 단일화 방식은 별다른 게 없다. 4자협의 안에서 정의당과 노동당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연대와 공조를 펼쳐 나가면 어렵지 않게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노동당의 경우는 정 후보 출마에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 후보와 내가 곧 노동당을 방문한다. 사실 우리가 후보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논의가 길어지면서 함께 공조하기로 한 노동당에게 혼란을 줬다. 정의당에게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혼선을 줬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성명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유감이고 사과를 표한다."


- 단일화 문제를 넘어서 정 후보가 출마한 관악을에 국민모임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현재 판세는 어떻게 보나?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 여론조사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도 잘 모른다. 대강의 추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양기환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해서 선거지원단을 구성했다. 중앙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고통 받는 서민,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선거에 임할 것이다."




- 다른 지역에 추가로 후보를 낼 계획은 없나?

="다른 곳에 후보를 내는 것에 더 이상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진보세력간의 연대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정동영 사당화' 우려 해소됐다"


-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국민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말을 한다. 즉 초기에 합류했던 인사들이 많이 떠나고 더 이상 사람이 모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그러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모임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발의한 모임이다. 그 안에서 신당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창당준비위원회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모임은 '투 트랙'으로 운영돼 왔다. 정당을 건설하는데 참여하는 분들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사회운동 속에서 국민모임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분들이 있다. 사회운동 속에 남은 분들이 정당건설 쪽으로 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국민모임의 운동 방향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 정 후보는 출마하면서 "인재영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람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가?

="국민모임은 세 개의 축으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하나는 현재 국민모임을 만들고 있는 사회진보적 인사들과 정 후보와 함께 정당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또 다른 한 축은 30~40대 젊은 청년들로 우리 당의 중심부를 채우는 일이다. 다음 총선은 이들이 중심이 돼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마지막 축은 진보정당들과 공동실천과 연대를 통해 최종적으로 같이하는 일이다. 이게 다 갖춰지면 좋겠지만, 한꺼번에 다 되지는 않는다."


- 국민모임의 최종 목표는 야권교체인가 진보대통합인가? 정동영 후보 측과 국민모임 양 세력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그런 것이 이번 출마로 인해 일어난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이번 내부 논쟁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놓고도 벌어졌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보통합에 높은 비중을 두는 쪽과 그것보다는 야권교체에 더 신경을 쓰는 쪽 사이에 긴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진보통합에 기초한 야권교체가 기본적인 기조다. 그런 기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양측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데 그냥 고정돼 있는 건 아니다.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뒤뚱거리면서 목표를 향해 간다. 모든 조직은 그래야 살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있었던 내부 논쟁은 조직을 발전시키는데 엄청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 후보의 출마로 국민모임이 '정동영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 후보가 워낙 대중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서 그런 우려는 다 해소됐다. 정 후보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는 어느 계파의 수장이 되기보다는 국민모임 안에 들어오는 모든 세력을 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국민모임이 온전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상임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창당을 완료해야 한다. 4자협의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되면 창당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진보정당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창당을 목표로 해서 조직해 나가야 한다."

진정성 신뢰 못 받는 정치적 선택들

 

 

야권 관계자는 “남들이 가지 못하는 현장에 갔다는 것과 그것을 가치적으로 구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가치 구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의 진보적 정치행보는 ‘진정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조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 전 장관은 한때 18대 총선의 공천권자이면서 열린우리당 내 최대 계파 수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탈당하기 직전 새정치연합 내에는 DY계로 불릴 만한 사람이 없었다. 야권 관계자는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박영선 의원, 민병두 의원, 김현미 의원 등이 모두 DY계였다. 탈당 직전에는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 몇 사람만 있었을 뿐 DY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야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냈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집단정치의 리더로서 경력과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진보그룹을 이끌 리더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할 수밖에 없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민모임에서 리더십의 경력을 쌓아갈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정치적 경력을 볼 때 조직의 대표로서의 경력은 보이지 않았다. 조직을 운영해가고, 한 조직 내에 갈등적인 입장을 중재하고, 때로는 조직의 대표로서 조직이 욕을 먹을 때 앞에 서서 방어를 하고 사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석 수는 적어도 심상정 의원이나 노회찬 전 대표는 정의당 및 진보정치 조직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지만, 정동영 전 장관에게는 그런 리더로서의 이미지가 없다. 정치적 동지와 조직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 전 장관의 진보적 정치행보는 그 의도와 별개로 결국 개인적 야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관계자는 “정동영 전 장관이 몇 년 사이에 진보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당선된다고 해도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새정치연합 이탈세력과 함께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개인의 정치적 야심과 시대적 대의명분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정치는 성공한다. 정 전 장관은 이번 4·29 재·보선 출마로 언론에 회자되면서 정치적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4·29 재·보선은 정 전 장관의 정치적 야심과 시대적 대의명분이 일치하는 지점일까. 오늘날 한국 정치의 시대적 대의명분은 무엇일까. 야권 결집을 통한 박근혜 정부 심판일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야권 심판일까. 시대적 대의명분조차 물음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정동영이라는 정치인 또한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여의도의 한 전략전문가는 “정치인 정동영의 정치적 행보가 거듭된 탈당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다소 기회주의적 면모가 새정치연합의 무능을 심판하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정치의 무능과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DY는?,.  http://cdy2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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