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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
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2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7/11/01 06:48 수정 2017.11.01 09:37

방문

강석진은 애춘을 일으켰다.

“자! 그만 돌아가셔야죠!”

그의 부축을 받으며 택시에 몸을 싣고 집에 돌아온 나날들이었다. 카페의 한쪽에서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심정수는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기회를 노리는 살쾡이 같은 모습이었다.

“허허허…, 외로운 여자가 또 있군! 그건 간단한데 말이야! 꼴에 무슨 자존심은 있는지… 날 피한단 말이야. 난 그것이 더욱 흥미를 끌고 있어, 이봐 장애춘! 허허허허….”

주위 사람들은 남편에 대한 갈등을 그녀의 넋두리를 통해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애춘은 행복이란 외모에서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외적인 만족을 취하려고 다가드는 유혹거리는 언제나 더 달콤한 사탕처럼 자신에게 속삭이며 다가왔다.

‘남편은 황혜란의 매력에 빠져있다. 나도 외모를 뜯어고치면 그 외모에 따라 그의 사랑이 나에게 다가올 거야.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은 겉모습일 뿐이야.’

이렇게 애춘은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황홀한 도취감에 젖어 성형에 자신을 맡겼던 것이다.

욕탕 속은 계속 몽롱한 증기 속에 신비한 과거를 헤엄치듯 하였다.

민지선! 아! 그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는 생명력이 있다. 세상의 외적인 것이 없어도 그녀는 초조해 하거나 안달하지 않았다. 모든 것에 쫓기기보다 모든 외적인 것들을 그녀는 지배하고 있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아! 그녀는 큰 사람이다. 전기에서 읽었던 어떤 위인의 환영으로 다가왔다. 생각의 군대를 이끄는 현대의 쟌다르크의 얼굴로 클로즈업 되었다. 그녀는 의연했다. 외모는 언제나 단아하고 품위가 있었다. 값비싼 명품도 아니었다. 장애인을 돕는 바자회가 열릴 때 부자들이 내놓은 것들, 유행이 지났지만 괜찮은 옷을 매우 싸게 구입하여 자신에게 어울리게 옷을 세련되게 잘 입었다. 머리 스타일은 단정하게 가르마를 타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스나 헤어 젤을 하지 않아도 말끔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이러한 헤어스타일은 둥그렇고 넓은 이마와 약간의 각이 있는 턱선과 조화를 이루어서 지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어 매우 잘 어울렸다. 애춘은 파마를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지선은 파마약이 머리카락을 상하게 한다며 적당할 때 자르기만 한다고 했다. 기껏 그녀가 머리에 변화를 준다면 헤어핀을 사용해 머리를 틀어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면 그녀의 잘 생긴 귀가 돋보이고 얼굴에 귀티가 흘러 더욱 동양적인 여인의 아름다움이 흘러넘쳤다. 앞 가리마로 턱 선까지 흘러내릴 때는 현대의 지적인 분위기가 커리어 우먼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녀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어디를 가나 돋보이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발산했다. 애춘 자신은 머리스타일에도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였던가!

지선은 남편과 함께 사회문제를 공유하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돈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매달 그들에게 들어오는 돈의 50%는 사회와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언젠가 집에 놀러 갔을 때 지선이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경제에 대해서 약간 언급했던 말에서 알게 되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나 물은 철저한 절약정신으로 살고 있었다. 지선은 매달 받는 월급을 규모 있게 계획을 세워 소비하고 있었다. 구제비, 문화 활동비, 사회복지비, 도서비, 세금과 생활비 등등, 다른 집에서 볼 수 없는 항목이 몇이 보였다. 가족들과 단란한 여행과 연극이나 음악회는 꼭 참석하고 그 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고 했다. 이때의 외식은 부담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지선에게는 제일 좋은 날이라고 했다. 송 박사는 거의 외식을 하지 않고 언제나 일정한 식사 시간에 집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장애춘은 외모에 투자하는 비용이 월급의 80%나 차지하고 어떨 때는 초과할 때가 많았다. 이땐 채성이 매달 통장에 입금해 주는 돈이 있어서 해결했지만 그녀의 지출은 거의 외모를 가꾸는데 허비했다. 그러한 지선의 문화 패턴은 애춘과는 분명히 삶의 질이 달랐다. 그렇다고 자신이 민지선을 따라 흉내 내는 것도 우스워 보였다. 이미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소비와 명품으로 중독되어 있어서 절약으로 사는 것이 구질구질해 보였다. 가슴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원인일까! 쇼핑 중독증이랄까! 마구 사 모으고 쌓아두고 곧 다시 지겨워 모두 내버리며 무수히 낭비와 사치로 돈을 허비하였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살았으니 자신은 죽은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은 정신적인 황폐함을 절실히 느꼈다. 지나간 삶이 자신에게 안겨다 준 것은 결국 허무와 빈껍데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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