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돈,. 돈,.홍준표엔 당시 캠프 가 있던 언론인 출신 인사 통해 1억 줘”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니까 받은 돈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돈을 줬다"고, "신뢰를 버렸다"고 사람을 지목할 때마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꼭 두 사람 사이의 인연과 배경을 덧붙였다. 주로 현금이나 달러로 줬고, 믿고 받을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에 공식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에 대해서는 '현금 2억원을 어디서 줬느냐'는 질문에 "뭐 같이 (조직본부) 사무실 쓰고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사무부총장을 지냈던 그는 대선 때 조직본부 일을 함께하면서 돈을 전달한 장소를 '사무실'과 '어울려 다닌 곳'으로 돌려 말했다. 용처로는 "이 사람도 대통령 선거에 썼지, (돈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습니까"라고 답했다. 성 전 의원은 "홍문종 아버지를 잘 알았다"며 "홍 본부장 이 양반은 (내가) 국회의원 되고 (봤지만) 잘 알거든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자기가 사무총장하고 같이 선거 치르고"라고 말했다. 말미에는 "다 신뢰를 갖고 해야 하는 건데 신뢰가 안되니까 참 말을 다할 수 없다"고 맺었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경남지사에게는 1억원을 줬다면서 "(당시)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제가 홍준표를 잘 알아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홍 지사가 원희룡 의원 등 친이계 경선 주자들과 맞서 친박계와는 불가근불가원 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거를 치르던 시절이었다. 성 전 회장은 "(전달 시점은) 6월쯤일 것"이라고 했다. 7·4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돈은) 홍준표 캠프에 가 있던 (언론인 출신) ○○○를 통해서 전달해줬다"며 구체적으로 돈이 전달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공천받으려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그렇게 했는데 그런 식으로들 하니까 배신감 들고"라며 "내가 합당할 때도 백의종군한 사람 아닙니까. 어디 장관을 달라 했나요, 누굴 취직시켜달라 했나요"라고 말했다. 대가 없이 돈을 줬다는 것이고, 유력한 대표 주자에게 준 '정치자금' 성격이 가미됐음 직하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줄 때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벨기에 방문을 수행하기 전에 전달했다는 10만달러는 "직접 만나서 줬다"고 말했다. 돈 심부름을 하거나 같이 간 수행비서나 직원들이 있다고 밝히고, 장소도 호텔과 호텔 헬스클럽으로 특정했다. "내가 얘기하면 물러날 텐데, 죽는다"고 말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두 명의 전직 실장 이름을 함께 열거하면서 "다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 신뢰관계에서 했던 일"이라고 설명하고, "지금은 그러면 안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라고 말을 맺었다. 성 전 의원은 "저 같은 사람 수사한다면 대통령 재가 없이 수사할 수 있습니까. 까놓고 얘기해서 조그만 기업인도 아니고 정치인인데, 내가 정권 창출에 참여한 것도 많이 알지 않습니까"라며 박근혜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들'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선거자금 2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또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홍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덧붙였다. 또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며 부인했다. 홍 본부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중앙선대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홍 본부장이 정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사용한 셈이다.
대선 다음날 캠프 해단식…'대통령 박근혜'와 성완종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다음날인 2012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맨 앞줄의 김용준(오른쪽에서 두번째)·정몽준(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 바로 뒤 2열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정 위원장 왼쪽 뒤편)이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또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면서 "홍준표를 잘 아는데 6월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 대사 하기 전부터 안 지 오래됐고, 뭐 뭐 얘기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 죽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실장은 개인적으로 참 가까운 사람인데, 그분도 참 처신을 잘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안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라고만 했다.
성 전 회장은 "나 하나로 희생하고 끝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깨끗한 사람을 앞세워서 깨끗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소지품에서 그가 정치권 인사들에게 건넨 돈의 액수와 시기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메모지에는 허태열(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2억, 홍준표(경남지사)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전 대통령 비서실장) 10만달러(2006년 9월26일)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름도 등장했지만 돈의 액수는 적혀 있지 않다고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날 "돌아가시는 마당에 허위로 메모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바로 사실이라고 연결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며 돈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홍 지사의 측근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돈 받은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