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만 위원]= 정부의 천안함 ‘폭침론’을 반박하며 ‘좌초 및 충돌론’을 제기했던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주당 추천위원)가 재판 10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6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신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신 대표는 4년 여 전 1심 판결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전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천안함이 북한이 쏜 어뢰폭발로 침몰했다는 ‘폭침론’은 수용했다.
이날 윤강열 재판장은 판결요지에서 “천안함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절단, 침몰됐다고 인정된다”며 “좌초후 잠수함 등과 충돌했다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피고인이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해 글을 게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로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윤 재판장은 “피고가 좌초 후 충돌을 주장하면서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강조하고 또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인 표현도 있어 이를 비난할 부분이 있고, 내용과 표현의 부적절성의 경우 비판의 여지가 크다”면서도 “그렇다고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되고 학문의 자유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 신 대표의 그동안 주장을 학문의 자유로 인정했다.
그리고는 “명에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해,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으로 처벌할 경우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아울러 피고가 게시한 글의 전체적 내용에 비춰볼 때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침몰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고, 사고원인에 관한 합조단 발표를 분석 비판해, 사고원인에 대한 본인 나름의 분석을 제시해 공익 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익목적으로 인정했다.
한편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신상철 대표는 앞서 천암함 좌초설을 집대성, 책으로 펴냈으며, 이후 <신문고뉴스>와 2018년 3월 16일과 2019년 10월 2일 등 2회에 걸쳐 각 2시간 씩 4시간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민관합동조사반 조사결과에 대해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좌초 후 충돌론을 설명했었다.
따라서 본보는 이날 재판결과가 나온 뒤 바로 신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이날의 재판 결과를 두고 심경을 묻는 기자 질문에 신 대표는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반쪽 재판이어서 아쉽다”면서 “그렇지만 재판부의 입장도 있을 것이므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천안함 침몰 후 그동안 진행되어 온 남북관계, 우리사회의 대략적 평가,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사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면서 “그러므로 이번 판결 결과는 우리 언론에게는 큰 숙제를 남겨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제가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이었음에도 민주당은 그동안 너무나 무력했다”면서 “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어뢰폭침 드라이브에 어떤 주장도 하지 못하고 폭침론을 받아들인 때문에 집권당이 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즉 “현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만나는 등 줄기찬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5.24조치의 근원이 된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 개선의 절대적 부담”이라고 지적하고는 “북한 측이 요구했던 남북공동조사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 그 부담은 해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은 우리 측에게 공식 비공식으로 4차례 남북공동조사를 요구했다”면서 “특히 북한은 5.24조치 5주년 때 공동조사를 통해 전 세계에 진실을 알리자고 했음에도 우리가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북측은 판문점 회담에서 의제로 제기할 정도로 천안함과 자신들의 무관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가 남북공동조사에 응해 진실 밝히기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신 대표는 서해 NLL인근에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서해 NLL인근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는 남북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북이 요구한 천안함 사건 남북공동재조사를 수용하며 이번 서해피격사건 남북공동조사를 다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번 재판을 기점으로 우리 언론인들의 기자정신이 살아나서 ‘천안함 10년’을 처음부터 살펴보는 등 언론의 사명을 다한다면 남북관계도 언론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언론이 다시 살아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동안 우리 언론이 정부측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정부발표의 허점을 찾아볼 노력도 하지 않음과 동시에 정부발표와 다른 목소리는 ‘친북’ ‘좌파’의 프레임에 가둬버린 점을 질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