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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시사담론] 경제성장 부합한 ‘행복운동’ 펼치..
오피니언

[이인권 대표 시사담론] 경제성장 부합한 ‘행복운동’ 펼치자

이인권 칼럼니스트 기자 leeingweon@hanmail.net 입력 2020/10/15 15:03 수정 2020.10.15 16:08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프리존 시사담론=이인권]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20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153개국 중 61위로 작년에 비해 행복지수가 오히려 7단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유엔이 2012년부터 매년 3월 20일을 ‘세계행복의날’(World Happiness Day)로 제정한 것을 계기로 연례적으로 공표한다. 이는 행복과 안녕이 세계 인류의 삶에서 보편적인 목표이자 열망이며, 각 국가가 공공정책 목표 수립 시 국민행복의 중요성을 인식시키자는 취지에서다.

세계행복지수는 6개 항목을 평가해 순위를 산정한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건강 기대수명에서는 비교적 상위권에 속해있다. 그러나 관용, 부정부패,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자유 부문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물질풍요와 보건의료 면에서는 앞서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갈등, 차별, 불신에 불평등과 불공정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빈부격차와 사회적 투명성 결여로 갈등과 대립이 더 심화됐다는 반증이다.

한국은 2018년에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래서 인구 5000만 명에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해 경제대국으로 올라가는 기준을 갖춰 '30-50 클럽' 회원국이 됐다. 이렇듯 놀라운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지수가 높아 욕구불만이 더 심해지며 삶의 만족도가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최근 10여 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반면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은 최하위 등급이다. 그러니 생활환경이나 삶의 질은 향상되었는데도 국민의 행복 체감도는 소득증대와 비례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어디나 갈등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누린 것과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괴리감이 증폭되고 있다. 어찌 보면 물질이 덜 풍요로웠던 시절보다 욕구는 더욱 강해져 만족이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가진 것에 감사하고 누린 것을 함께 나누기보다 사회는 승자독식의 이상에 얽매여 있다. 또 개인들은 물욕의 포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은 한국사회에 중산층의 개념조차 없어지며 풍요 속의 빈곤 의식이 팽배해 있다.

특히 한국은 산업화를 통해 급속한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적 소유와 사회적 위세(位勢)를 좇는 풍토가 조성됐다. 여기에다 서열과 위상을 중시하는 수직적 가치관으로 인해 사회의 공정성이 희박해지며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 위치와 환경에 만족해하는 안분지족의 정신자세를 내면화 시키지 못한 것이다.

분명히 외형적인 국가 경제력이 국민들의 내적인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지금 같은 물질만능주의 세태에서는 개인적인 비교와 경쟁 때문에 사회적 경계심이 높아져 끊임없이 욕망을 충족시켜나가게만 되어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생활이 윤택해 졌음에도 부족감을 느끼면서 물질적 욕구는 더욱 강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물질 중심의 가치관은 끝없는 욕구를 생성하기 때문에 내면의 행복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는 한정이 없기 때문이다.즉 하나의 욕구를 실현하면 또 더 높은 단계의 것을 갈망하게 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면서 원하는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하면 감정적 긴장상태가 증대하게 된다. 그러면 이것이 욕구불만이 되고 갈등으로 이어진다. 만족이나 행복의 느낌이 멀어지는 이유다.

이런 심리를 가리켜 학자들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 불렀다. 일단 물질적 만족을 경험하게 되면 또 다른 욕구를 계속해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끊임없이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행복이라는 쾌락을 얻기 위해서 반복해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의 가치관을 전환시키는 범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컵에 채워져 있는 반잔 물에 감사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은 채 비워져있는 나머지 반잔을 보며 속을 앓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행복을 집중 조명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해 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가장 강력한 행복 증진 활동’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 국민들이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일정 수준의 부를 이루고 있지만 행복의 근원을 '현실 만족'에 두었다는데 방점이 있다.

이제 우리사회도 물질적으로 치우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행복기준을 외형적 허울보다 내면적 가치에 두는 ‘행복운동’(The Happiness Movement)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곧 행복의 척도를 물질적 충족보다 정신적 충만에 둘 수 있도록 계도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시인 헨리 벤 다이크는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라 불리는 상품은 없다’고 했다.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知足者富)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돼야 한국이 경제 수준에 맞물려 행복지수가 높은 진정한 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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