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이는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라임, 옵티머스 등 금융비리 수사와 구속 중인 피의자의 편지로 불거진 변호사와 현직검사의 유착은 물론, 현직검사 1천만 원대 룸살롱 술접대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라인에서 제외하는 수사지휘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윤 총장은 이날 ‘검사 술 접대 로비’ 의혹이 불거진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가족·측근 비위 의혹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이 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행 우리나라 정부조직법 32조의 법무부 관련 조항은 이렇다.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① 법무부장관은 검찰ㆍ행형ㆍ인권옹호ㆍ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②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 ③ 검찰청의 조직ㆍ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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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32조 3항이 말한 따로 규정하는 법률이 검찰청법으로서 검찰청법은 다음과 같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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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 대한민국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상하관계를 법은 이처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어사전에 부하(部下)란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명백함을 알려주는 ‘사전적’ 해석이다.
다시 말해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는 명백한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므로 검찰총장은 직책상 법무부장관 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부하가 맞다.
검찰은 법치주의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는 국가에서 현행법을 가지고 국가 소추권인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누구보다 법에 능통하고 충실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의사와 반한다고 법을 부인하면 안 된다. 그런데 윤 총장은 이를 부인했다. 따라서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도표는 국가는 검찰ㆍ행형ㆍ인권옹호 등을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두고, 있다는 정부조직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현재 트위터 등 SNS는 이 같은 도표들은 물론 많은 근거들을 제시하며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 수하임을 지적하면서 윤 총장을 저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자신은 법무부장관 부하가 아니고, 검찰청이 법무부 산하 외청도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이 말을 전 국민이 보도록 생중계하는 자리에서 상급자를 비난하며 했다.
따라서 윤 총장의 주장이 맞으려면 기획재정부 산하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정,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방청, 법무부산하 병무청, 해양수산부산하 해경청 등의 장도 상급기관인 중앙행기관의 지휘감독을 받으면 안 된다. 윤 총장은 오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근간인 정부조직법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윤 총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윤 총장의 발언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대로 받아쓰기 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 실제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 수하가 아닌 것으로 몰아가는 언론에게도 문제가 많다.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들 중 윤 총장 발언을 법률적으로 문제 삼는 언론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윤 총장은 오늘 국감에서 여러차례 직을 내놓을 생각이 없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국가 소추권인 기소권을 독점으로 행사하는 검찰의 수장이 현행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을 송두리째 부정한 것은 법치주의 국가의 법률수호청 수장으로 자격미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다. 이에 지휘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은 그의 해임을 제청해야 하며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윤 총장이 ‘법에 따라’ 임기를 지켜야 한다면 스스로 했던 발언을 철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