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운 한국인 여성을 꾀어 위장결혼한 뒤 국적을 취득한 파키스탄 일가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혐의(공전자불실기재) 등으로 파키스탄 출신 A씨(51)와 A씨의 아들(24), 조카(31)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체류하며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했다. 이때 한국 여성 금모(47)씨를 만났다.
금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과 위장결혼해주면 생활비를 주겠다고 접근해 2001년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이 혼인관계를 바탕으로 2005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국적 취득 후 7개월 만에 이혼한 A씨는 지인인 B씨(38)에게 금씨를 소개해 두 사람이 위장결혼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하기도 했다. 이력이 붙은 A씨는 자신의 아들과 조카도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와 있던 친동생 C씨(44)와 함께 2013년 허위 초청 등으로 아들과 조카를 불러들였다. 이어 지난해 2월 금씨의 쌍둥이 두 딸(21)과 각각 위장결혼을 시켰다. 이때도 금씨 가족에게 방값, 휴대전화 요금, 가스비 등을 내주겠다며 회유했다.
하지만 A씨 아들이 금씨의 작은딸을 성추행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금씨의 작은딸이 피해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A씨 일가의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금씨와 금씨의 두 딸을 불구속 입건하고, 2010년 파키스탄으로 추방된 B씨를 수배했다. 또 해외로 달아난 C씨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적 취득을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과 위장결혼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사례가 더 있는지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