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토) 오후 5시 동인천 복합문화공간 콘서트하우스 현(弦)에서 예술경영가로 활동해온 필자의 저서 <긍정으로 성공하라>(도서출판 푸른영토)를 주제로 한 '북&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지역을 대표하며 꾸준하게 활동해온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단장 조화현)가 주최한 독서음악회다.
이번 콘서트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 협력형 사업으로 선정돼 소극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선율과 노래를 곁들여 ‘긍정, 성공, 행복’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체험을 팬들과 나눌 수 있었다. 살롱콘서트 형식으로 꾸려진 공연에 음악과 책이 좋아 모인 관객의 객석과 무대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게 사회를 맡은 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이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은 평범하면서도 다양했다. 이어 필자는 성공의 정의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출세’는 화려하고 외면적이며 일시적이지만 ‘성공’은 소박하고 내면적이며 지속적인 것”이라고 요약해 주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사회는 출세주의에 얽매여 있어 성공의 가치 정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곧 “우리사회가 권력, 돈, 명예를 갖춰야 출세했다고 여기는, 또 그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요즘 시사(時事)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야말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이것은 출세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례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게 올바른 성공이었더라면 지금처럼 사회정치적 쟁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다운 성공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진정한 성공은 크던 작던 ‘가치있고 의미 있는 것을 행하여 얻는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사회의 성공을 출세와 구분하여 정의해 왔지만 서양의 기준으로는 ‘성공’ 곧 'success'로 단일화 되어있다. 그런 관점에서 ’성공하는 사람보다 가치있는 사람'이 될 것을 설파했던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다시 그의 성공행복론으로 뉴스에 올랐다.
1922년 그가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뒤 얼마 안 되어 강연 차 들른 일본의 한 호텔 종업원에게 팁으로 줄 돈이 없어 경구를 적어 준 쪽지 두개가 95년의 세월이 흘러 최근 경매에서 20억여원에 낙찰됐다. 그 중 하나의 메모는 “조용하고 겸손한 삶은 끊임없는 불안 속에 성공을 좇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이었다. 원래 독일어로 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명언 속에 등장하는 ‘성공’은 두 언어 사이의 뉘앙스가 있겠지만 한국어로는 ‘출세’라 표기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송익필(宋翼弼) 선생은 ‘부족지족매유여 족이부족상부족((不足之足每有餘 足而不足常不足)’이라 했다. 즉 ‘부족하지만 만족하면 늘 남음이 있고, 족한데도 부족하다 하면 언제나 부족하다’라는 뜻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생각들이 바로 행복이며 그게 또한 성공의 기본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행복이란 ‘잔잔한 긍정적 체험들의 복합체’인지도 모른다. 긍정의 체험이란 그런 굵직한 이벤트들만이 아니다. 소소한 것들에서도 큰 의미를 찾아 그것이 내면화 될 수 있는 체험들이다. 그것은 자체목적적이어서 자기만의 감동이며, 환희이며, 희열이다. 긍정의 단어가 심어주는 활력감, 칭찬의 말 한마디가 주는 만족감, 격려의 말이 주는 위안감, 대화를 통해 얻는 교류감 등등······.
이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나 상황 속에서 강렬한 행복과, 황홀과, 경탄을 느끼는가? 인생의 진공 상태 속에 있는 것 같은 현실에서 삶을 설레게 하는 충만감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긍정의 체험이며 행복인 것이다. 이러한 영감의 경험들을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flow)’ 곧 ‘흐름체험’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이러한 긍정체험들은 그야말로 물이 흘러가듯 만사를 형통하게 하는 활력소라는 뜻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고 행복의 기준도 달라졌다. 20세기에는 외형적인 가치 추구에 물질 중심의 정량적 사회였다. 하지만 21세기는 내면추구에 안락중심의 정성적 사회가 되어 있다. 삶에 대한 만족의 기준도 과거 단발성 ‘해피니스’(happiness)에서 ‘플로우’로 바뀐 것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가장 값진 재산은 행복’이라고 했다. 또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사람이 누리는 복을 ‘청복(淸福)’ 과 ‘열복(熱福)’으로 구분하였다. 청복은 과도한 욕심 없이 맑고 소박하게 사는 삶이며 열복은 부귀영화를 좇고 권세를 추구하는 삶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살이는 열복을 추구하는 세태가 강하다. 달리 표현해 보면 청복은 필자가 구분 짓는 성공이요 열복은 출세에 해당할 것이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했던 주말의 북&토크 콘서트에 긍정, 성공, 행복을 주제로 소통하며 중간 중간에 바하, 슈베르트, 엘가의 주옥같은 레퍼토리 연주와 우리 가곡의 노래가 의미를 더했다. 이날 정담과 음악으로 콘서트하우스의 모든 관객을 행복으로 적시는 가운데 가을밤은 짙어가고 있었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하였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 등 13권을 저술했으며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으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은 예술경영가이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 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긍정경영 &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