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 이진용, 안데레사기자]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염창역, 당산역, 여의도역, 노량진역 등에는 출퇴근 시간대에 소방인력과 구급차량을 대기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 5개역이 연장 개통되면서 가뜩이나 높던 9호선의 혼잡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도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은 이제 출퇴근시간마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쟁터'가 됐다.
연장개통으로 9호선의 하루 승객은 평일 기준으로 15만명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혼잡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염창역 전후 구간은 출퇴근
시간에 객차 내에서 손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인파에 밀려 승객이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9호선 혼잡도 237%…160명 타는 객차에 374명 탑승
지하철 객차 1량에는 16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탑승한다. 혼잡도는 160명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160명이 타면 혼잡도 100%이고, 320명이 200%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9호선의 혼잡도는 무려 237%이다. 전문가들은 혼잡도가 240%면 승객들이 호흡 곤란까지 겪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9호선 이전에 '원조 지옥철'이었던 2호선의 혼잡도는 최고 200% 내외였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개통 후 가양역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향미기자9호선의 혼잡은 2005년 서울시가 민자 사업으로 시작해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시작됐다. 애초 하루 24만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2단계 개통 전부터 이미 하루에 37만여명이 이용하고 있었다.
의정부나 용인 경전철이 수요를 부풀려 비판을 받자 처음부터 수요예측을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투자비를 낮춰 민간투자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9호선은 영업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통행로 등 부대시설 면적은 넓지만 교통수단으로서 중요한 승강장의 규모는 작다.
이에 따라 지하철 9호선은 막대한 교통수요에도 불구하고 '4량 1편성'의 미니열차 운행을 고수했다. 이는 '10량 1편성'의 1기 지하철(1~4호선), '8량 1편성'인 2기 지하철(5~8호선), '6량 1편성'의 공항철도, 신분당선에 비해 적은 편성이다.
■무료 순환버스 효과는?
서울시는 9호선 혼잡구간에 순환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다음달부터는 정규 노선화해 강남권까지 운행할 계획이다. 현재 급행순환버스는 임시노선으로 여의도∼강서 하행 구간은 빈차로 돌아오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흑석·고속터미널 등으로 운행 구간을 확대하고 하행 방면도 승객을 태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급행버스 정규 노선을 노들로 자동차 전용도로 해제 시기에 맞춰 도입키로 하고 경찰과 협의 중이다. 다음달부터 도입될 정규 급행버스는 유료(순환버스요금 수준인 850원)로 전환된다. 서울시는 장기 무료 운행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과 다른 노선 이용객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유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순환버스 시승후 하차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문제는 현재 운용중인 순환버스가 지하철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도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양∼여의도 구간의 경우, 지하철을 타면 15분에 이동할 수 있지만 버스를 타면 교통혼잡이 없을 경우 30분정도가 소요된다. 순환버스는 버스 한 대 당 이용객이 10~15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2012년에 증차요구, 기획재정부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
9호선의 정거장도 8량짜리 열차가 정차할 수 있다. 현재 다니는 열차에 추가로 최대 4량까지 더 붙이면 추가적 인건비(기관사 등) 지출 없이도 단시간에 수송력 증대가 가능하다. 문제는 당장 투입해 운용할 객차가 없다는 것이다.
9호선이 보유한 차량은 총 144량으로 기본계획 198량보다 54량이나 부족하다. 9호선 차량은 시와 정부가 각각 6대4 비율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구매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는 2단계 개통을 앞두고 혼잡을 우려해 2013년 기획재정부에 전동차 구입비 511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거절했다. 정부는 지자체가 벌이는 지하철 건설 사업의 초기 차량 구입비의 40%를 부담하게 돼 있으나 기재부는 "SOC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정부가 재정을 보전해주지만, 운영에 들어가면 추가수요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고 이유를 댔다.
9호선은 '황금노선'과 '지옥철'이라는 별칭을 함께 갖고 있다.정부는 9호선 증차가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거듭된 요청이 있자 전동차 추가 도입에 드는 1237억원 중 240억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동차 70량을 발주한 것이 연장개통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2일이었0다. 증차는 내년 9월 열차 20량으로 시작해 201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증차에 앞서 추가적으로 급행열차를 일시적으로 일반열차로 전환하거나 공항철도 열차를 9호선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검찰에 고발하게 한 '황금노선'
일각에서는 9호선이 태생적으로 '지옥철'이 될 운명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9호선은 개통 전부터 김포공항, 여의도, 강남 등을 이어주는 '황금노선'이라고 불렸다. 다른 지하철 노선들이 설계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교통편익을 위해 '순환'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건설했다면 9호선은 초기 구상 단계부터 민간투자자의 이익을 고려해 교통 수요가 많은 지역을 '선' 개념으로 연결했다. 실제로 9호선은 기존 노선과 달리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려면 별도의 환승게이트를 지나야 한다. 이 게이트들은 2009년 7월 9호선 개통 당시에 환승객에게 별도로 추가요금을 받는 일본의 '사철'(민간철도)과 같은 시스템을 위해 설계됐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었다
시민단체들은 2012년 8월 9호선 특혜 의혹과 관련, 현직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9호선은 2014년 서울시가 운영권을 가져오기 전까지 민간업자가가 운영하는 과정에서 운임관련 소송, 투자사 맥쿼리에 대한 특혜 의혹 등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2012년 8월에는 시민단체들이 9호선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현직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실련 등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9호선 투자사 맥쿼리가 2대주주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과 부당한 계약을 맺어 서울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시켰다는 이유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2014년 10월에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하철 9호선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3월에 회계상으로 37억5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 4년 동안 168억 벌어 166억 배당
9호선운영은 9호선의 실질적인 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는 기업이다. 프랑스 공공사업 전문기업 베올리아와 현대로템이 각각 8억원, 2억원씩을 투자해 만든 자본금 10억 원짜리 회사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4억16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48억8600만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순이익대비 배당총액 비율인 배당성향이 202%에 달했다. 지난 2013년에는 53억8600만 원을 벌어 42억6200만 원을 배당(배당성향 79%)했는데 작년에는 배당성향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9호선운영 관계자는 "예전에 벌었던 수익이 이익잉여금으로 많이 남아있었고, 이를 배당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순익은 적었지만 쌓여있던 돈이 많아 배당금 규모를 늘렸다는 얘기다.
혼잡도가 높은데 왜 혼잡도를 낮추기위해 투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는 전동차 증차는 서울시가 정책 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운영사 입장에서 공간 재배치 등을 통한 서비스 질 개선과 정확한 정보제공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이전에는 어떨까? 9호선운영은 2011년부터 4년간 총 167억9700만 원을 벌어, 같은 기간 총 166억2800만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벌어들인 돈이 착실히 대주주인 베올리아와 현대로템에 배당으로 들어간 것이다.
◆ 4년간 170억 벌어들인 비결은?
문제는 이들이 4년간 17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인 돈의 원천이 서울시가 지급한 보조금이라는 데 있다. 9호선운영은 '메트로구호선'과 '관리운영위탁계약'을 체결해 9호선을 운영하고 운영을 위한 비용을 받는다.
지난 2013년에는 625억 원을 받았고, 작년에는 619억 원을 받았다. 이렇게 받는 돈에서 운영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돈이 순이익이 된다. 4년 평균 40억 원 이상 남겼는데, 이는 그만큼 운영을 잘 한거라고 볼 수도 있고 애초에 관리운영비가 비싸게 책정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9호선운영 관계자는 "초기 리스크에 대해 예비비용으로 잡아뒀던 돈이 이익으로 잡힌 부분이 있는데다가, 기술혁신과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관리운영비를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여기에 당초 약속돼 있던 관리운영비가 지난 2013년 서울시가 9호선 재구조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존대비 10%정도 깎여 앞으로는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9호선운영은 실제로 수수료를 줄인 탓에 작년 순이익은 24억 원으로 전년(54억 원)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익률(매출액대비 당기순익)도 2013년 8.6%에서 지난해 3.9%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보면 2013년 이전까지는 '9호선운영'에
지급하는 관리운영비가 비싸게 책정됐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 600억 원 넘는 관리 운영비는 어디서 나올까?
매년 9호선운영에 600억 원 이상의 돈을 지급하는 메트로구호선은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10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투자한 회사다. 이들은 2013년 서울시가 실시한 9호선 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맥쿼리인프라와 건설출자자 등을 대신해 들어왔다.
이들은 매년 서울시로부터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운임 수입만으로는 9호선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등으로부터 880억원이 넘는 운임 수입 보조금을 받은 메트로구호선은 작년에도 운임수입보조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약 750억 원을 받았다. 결국 이들이 9호선운영 측에 지급하는 600억 원 이상의 관리운영비는 서울시가 지급하는 돈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9호선운영이 받는 돈은 메트로구호선과 지난 2013년 10월 체결한 계약에서 기존계약 대비 10% 줄어든 수준으로 조정됐으며 당시 2023년까지 10년치의 관리운영비가 각각 책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메트로구호선'과 계약을 체결했고, 메트로구호선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률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을 한 것"이라면서 "그 상황에서 메트로구호선은 9호선운영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추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윤철한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충분히 예측했던 부분이고, 경실련에서 충분히 지적했던 부분"이라며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시민의 불편이나 요금부담은 (운영사들 스스로가)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사들은 이익을 내 배당형태로 이익을 계속 챙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