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뉴스프리존] 박상봉 기자 = 가을이 깊어졌다. 그야말로 만추(晩秋)다.
시(詩)를 통한 구미 인문학 도시 만들기 문화운동을 펼치는 수요문학회가 가을의 끝자락을 사유와 서정으로 물들였다.
‘시놀자, 금오산 뒷길에서 김완준 심강우 작가와 함께’ 행사가 지난 11일 빼빼로데이 경북 구미시 형곡동 커피베이 금오산점 2층 갤러리에서 수요문학회와 30년전 시인다방 주관으로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철저한 방역 속에 진행된 행사에는 시인들과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 그리고 수요문학회와 옛날의 시인다방과 깊은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30명 남짓 모여 김완준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열대의 낙원』과 심강우 작가의 두번째 단편소설집『꽁치가 숨쉬는 방』출판기념회를 열고 ‘존재의 내면’을 주제로 패널토론과 시낭송을 통해 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며 구미 시민들과 함께 힐링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류경무 신휘 배남이 오승건 천병석 김상연 등 구미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다수의 시인 작가와 기업인들이 축하객으로 참석했다.
먼저 여는 시로 친환경 패션 제품 전문기업 에코숨의 석주윤 대표가 박상봉 시인의 시 ‘구미’를 낭송하고 수요문학회의 이복희 사무국장이 엄원태 시인의 시 ‘11월’을 낭송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류경무 시인이 김완준 심강우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또 이해리 시인이 무르익은 가을 정취가 담뿍 느껴지는 해금 연주로 흥을 돋우고 김연화 이복희 백경숙 조영숙 오문희 김정숙 등 10명이 두 작가의 시와 소설을 낭송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의 패널토론을 진행한 류경무 시인은 “김완준 소설의 화두는 ‘유목’과 소외’다. ‘유목’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호모 비아토르의 정서를 말하며, ‘소외’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계층에 대한 관심을 뜻한다.”고 말했다.
특히『열대의 낙원』에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유목’과 ‘소외’를 화두로 삼아 존재의 내면을 성찰하는 한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김완준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2002년 계간 「문학인」에 소설을 발표했다. 살림출판사와 시공사에 있으면서 여러 권의 문학도서를 기획했다.
심강우 작가에 대해서는 “작품 속 인물들은 평범한 소시민에서부터 화려한 연예인, 파시즘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혁명가 등 어느 한 계층에 국한되지 않으며 개성의 스펙트럼 또한 넓다.”며 “그들 모두 어둠에 잠식된 영혼의 소유자로 우연적 사건이 마침내 필연적 사태가 되어 결국 자기 자신을 선명하게 발견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작가다”고 평가했다.
심강우 시인은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뒤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3년 제15회 수주문학상 수상, 2014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작품상 당선을 거쳐 2017년 제25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17년 제27회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 2019년 대구문화재단 주관 2019년 개인예술가 창작지원 수혜 등 화려한 문단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시집『색』, 동시집『쉿!』, 소설집『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꽁치가 숨 쉬는 방』등을 출간했다.
이날 직원 가족들과 함께 애독자로 참석한 구미의 탄소섬유 발열체 전문기업 지유엠아이씨 신석균 대표는 “좋은 작가와 시인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읽으며 삶의 지혜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상봉 시인은 “30년 전 대구문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인다방의 문학적 성과를 오늘에 되살려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한번 일으켜 세워보려고 30년전 시인다방을 새롭게 개설해 운영 중이다”고 덧붙였다.
‘30년전 시인다방’은 일정한 공간이 없다. 분위기 좋고 특징있는 기존의 카페를 찾아다니며「시인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토크와 시낭송, 인문학기행 등을 이어가며 지역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수요문학회는 1988년 11월 김선굉·장옥관 시인이 구미문학의 토양을 튼실하게 다지고자 힘을 모은 문학단체로 지난 32년간 100회에 이르는 문학행사를 개최해 오늘날 구미를 인문학 도시로 만드는데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