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손석희 앵커가 전날 있었던 성완종 육성인터뷰 공개와 관련한 파문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한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해당 파일이 검찰의 손에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손석희 앵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하듯 보도를 했어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 그것이 때론 언론의 속성이라는 거산으로도 변명이 안 될 때가 있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하겠다. 고심 끝에 궁극적으로 해당 보도가 고인과 가족들의 입장, 그리고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입수 과정 등 우리가 뒤돌아 봐야 할 부분은 냉정히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손석희 앵커는 "시민의 알권리와 관련이 된다. 하지만 일방적 보도가 아니라 신빙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면서 전해드리겠다"고 밝히면서 성완종 육성인터뷰를 공개한 바 있다.
손석희 입장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손석희는 이미 녹음파일이 검찰로 넘어간 것은 해당 녹음파일이 공적인 것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손석희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책임자로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입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던지던 날 새벽,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 전체를 입수했습니다. 1부에서 예고해드렸지만 경향신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입수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분량을 공개해드리는 이유는··(중략)··시민의 알권리와 관련된 부분이니까요.”
jtbc 손석희 앵커가 지난 15일에 한 ‘9시 뉴스룸’의 오프닝 멘트다. jtbc는 짧게는 2분43초부터 8분까지 네 덩어리로 성 전 회장의 육성을 화면 자막과 함께 21분 정도 전했다. 그 시점에 성 전 회장의 장남 승훈씨는 JTBC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고, 경향신문 박래용 편집국장도 “유족 동의가 없고, 타 언론사 취재일지를 훔쳐 보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JTBC는 “지금 방송 중단은 어렵다”며 그대로 보도했다.
“제 잘못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뉴스가 진행되던 9시15분쯤 jtbc가 ‘음성 파일’을 입수한 경위가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하기 전 보안 작업을 돕겠다고 자진 참여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인성씨와의 통화에서였다. 그는 며칠 전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경향신문도 검찰에 가기 전 디지털포렌식(증거보전)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날 서초동의 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작업에 참여한 후 대검까지 동행했다.
문제는 그 후였다. 김씨는 뉴스 진행 중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검에서 나온 뒤 오후 5시30분쯤 세월호 때부터 알던 jtbc 박OO 기자가 전화 와서 ‘녹취파일이 있느냐’고 물어왔다”며 “확인해 보니 작업 중에 지우지 않고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옮겨놓은 성 전 회장 음성파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후 6시쯤 박 기자가 보낸 jtbc 기자에게 음성파일을 줬다”고 말했다. 당시 사전 보안작업 때 참석자들은 고유의 ‘파일 번호(해시값)’과 경향신문 기자만 파일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를 정했고, 나머지 작업 중 파일을 모두 지우는 것으로 2차 보안 서명을 했다. 경향신문이 유족들의 동의를 구해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하고, 다음날 신문에 전재키로 한 사실도 전했다.
김씨는 밤 10시쯤 사과하겠다며 경향신문을 찾아와 “(jtbc에는) 내일 경향신문에 전재된 후 활용하라고 했다”며 파일을 ‘절도’한 사실을 인정한 뒤 “유족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렇게 원칙없이 사용할 줄 몰랐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jtbc 박 기자에게 항의하고 같이 사과하러 가자고 했을 때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며 “온라인에는 방송 파일을 올리지 않겠다고 나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녹취 파일은 jtbc 온라인에 올려져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디지털포렌식은 신의와 성실, 보안을 생명으로 한다”고 밝힌 김씨의 직업윤리는 무너졌다.
더불어 기본적인 유족 동의 조차 거치지 않은 jtbc의 상업적 행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안 서명까지 한 참석자에게 입수한 음성 파일을 경향신문과 상관 없이 다른 곳에서 입수했다는 손 앵커의 말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통상 권력·광고주의 압력에 맞서 자주 통용되는 ‘알권리’라는 말로 유족들의 호소도 외면했다. 서초동에서 사전 보안작업을 시작한 직후에는 jtbc 기자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얼마 후 연구소로 찾아왔다가 기초 작업임을 알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
성 전 회장이 주문해 음성을 녹음했던 경향신문은 “JTBC 보도국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밤새 울먹이며 전화 온 유족들과 회사 관계자에게 음성파일이 공개된 데 대해 사과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고인의 유지가 언론에 있는 그대로 전해지는 데 동의했으나, 음성이 공개되고 앞으로 온라인에 떠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향신문이 그동안 세 차례 공개한 성 전 회장의 육성파일 보도는 모두 유족들이 동의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알권리라는 전가의 보도를 jtbc에서 이렇게 듣게 되는 것이 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손 앵커는 16일 <뉴스룸> 클로징 멘트에서 “고인과 가족, 시청자를 위해 진실 찾기에 도움된다고 판단했지만 입수경위 등 돌아볼 것을 냉정히 돌아보겠다”고 했다. 이미 당사자가 자백한 녹음파일 절취 및 입수·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