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측이 국회 대정부질문 사흘째인 15일 새벽, 2013년 선거 캠프 직원들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나왔다.
[연합통신넷= 김현태 기자] 이 총리의 의원실 5급 비서관 김모씨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핵심 제보자인 운전기사에게 새벽부터 전화를 걸어 녹취하면서 어긋난 동선을 대며 말맞추기를 시도한 것이다. 김씨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곳곳에서 녹취를 수집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이 총리를 보좌했던 최측근인 만큼 이번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지검장)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김씨가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유도질문을 하며 직원들의 녹취를 수집했다면 이는 구속사유인 증거인멸 시도에 해당한다.
운전기사 A씨는 지난 15일 인터뷰 도중 이 총리 비서관이자, 당시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김씨로부터 그날 새벽 수 차례 전화가 걸려왔던 사실을 얘기했다.
A씨는 "사실 오늘 새벽 김00한테 전화가 왔었다. '형님 그날(2013년 4월4일) 우리 기억나요. 형님 우리 (홍성) 도청 (일정) 끝나고 청양사무실 들렀었죠?' 하면서 먼저 청양사무소에 들르지 않았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그때 안들렀는데 자꾸 묻더라. 그래서 우리는 청양 안들리고 (충남도청 개청식)행사 끝나자마자 지하주차장에서 콜해서 부여 선거사무실로 왔다고 얘기해줬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운전기사에게 청양에 들렀는지 물어본 것은 동선을 짜맞추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3년 4월4일 당시 홍성에서 열린 충남도청 개청식은 오후 3시30분에 끝났다. 성 전 회장측이 왔다는 오후 4시30분에 부여사무실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중간에 행선지를 늘리려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른 새벽 몇차례나 전화가 오고 동선을 어긋나게 얘기하자 A씨는 고(故) 성완종 전 회장과 관련된 일임을 직감, 모른다고 하고 더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위기상 김씨에게 입을 다물어야 겠다는 압박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통화 내용이 녹취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찝찝한 마음으로 오전 일과를 보던 A씨는 그날도 이 총리가 국회에서 어김없이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는 잘못된 해명을 하는 것을 보고,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날 '운전기사 독대 증언'이 보도돼 국회가 발칵 뒤집히자, 김씨는 A씨와 통화한 녹취록이 있기 때문에 증언은 거짓이라고 언론사에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김씨는 당시 캠프 직원들을 상대로 전화를 돌린 녹취록을 내밀며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 어제 A씨도 나와의 통화에서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며 운전기사의 증언을 거짓으로 몰아갔다. 김씨가 A씨 몰래 녹취한 CD파일을 기자들에게 내보이기도 했다.
김씨가 당일 새벽부터 급하게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녹취까지 딴 것은 바로 이완구 총리 측 지시 때문이었다.
김씨는 기자회견 뒤 통화에서 직원들에게 새벽에 전화를 돌린 이유에 대해 "아침에 (이완구) 보좌관에게 전화가 와서 신문에 이런게 났다고 해서 얘기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솔직히 나중에 검찰에 제출하려고 다 녹취록 정리를 하고 있다"는 위험한 말도 덧붙였다. 이미 검찰 수사에 대비해 유리하게 녹취록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완구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국회 대정부질문 말미에 이를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3천만원 금품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씨가 주변 인물들에 대해 말맞추기를 시도하고, 이를 검찰 수사에 이용하려 한 것은 명백한 증거인멸 시도로 구속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이다. 이를 지시한 이완구 총리 측도 마찬가지이다.
이 총리가 거짓 해명을 일삼는 것은 물론, 이 총리 비서관이 사건 관련자들의 통화를 몰래 녹취해 검찰 수사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증거 인멸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검찰 특별수사팀의 신속한 수사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총리는 이미 말바꾸기를 넘어 거짓말까지 한 총리로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나온 매우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황만으로도 성 전 회장과의 부패고리는 분명해 보인다.
이 총리가 머뭇거릴 경우 박 대통령에게 더 큰 화가 돌아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게이트 수사에 이 총리가 바로 부정부패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위험하다.
이 총리는 16일 세월호 1주년을 맞아 합동분향소에 추모를 하려다 소신을 밝히라는 유족들의 항의를 받고 문전박대 당했다.
이는 어쩌면 싸늘하게 등 돌린 민심의 시작일 수 있다.
이제 총리가 퇴진해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접어들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질 것 같다.
대통령 부재 상황으로 당장 물러날 수 는 없으며 다만 그 시점 선택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는 27일까지 이 총리는 잠 못드는 밤들을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