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18일 오전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골목골목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서울의 촌(村) 산새마을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시 은평구 신사2동 237번지 ‘산새마을’은 재개발 구역이었던 달동네를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음이 뜨끈해지도록 촌스런 고향마을이다.
서울의 촌(村)- ‘산새마을’
서울 봉산 아래 위치한 은평구 신사2동 237번지. 언뜻 보면 낙후된 달동네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골목골목 집 앞에 소담스레 가꾼 화단과 화분이 있는 마을. 오래됐지만 아기자기하며 가지각색 벽화가 가득한 예쁜 마을이다. 여느 시골 마을처럼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마을 텃밭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고구마와 배추, 무를 가꾼다.
굽이굽이 경사가 진 골목길은 네 집과 내 집의 경계 없는 마을사람들의 공동 마당. 골목길을 가로막은 채 종일 김장 배추를 절여도 불평 하나 없다. 부부가 시작한 김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와주는 이웃들로 북적해진다. 대다수가 평균 거주 기간이 30년이 넘는 이곳은 ‘산새마을’. 수십 년 째 대문을 잠그지 않고 이웃을 형제처럼 부모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따스한 사람들 이야기다.
주민들이 되살려낸 도심 속 시골마을
70년대 수몰지구 이주민들이 온 마을이자 동시에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마을 중 하나였다. 몇 차례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산새마을은 재개발 대신 헌 집을 고쳐 사는 두꺼비 하우징 시범 사업 마을로 선정되어 마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길을 놓기 시작하였고, 벽을 보수하며 집을 고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 스스로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쓰레기, 악취와 해충의 온상이었던 축사터는 쓰레기와 흙을 퍼내고 새 흙을 채워 마을공용 텃밭으로 조성했다. 마을 텃밭에서 함께 거둔 농작물은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복지관의 아이들을 위해 보낸다.
인생을 함께 한 마을
화려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내 집과 의미가 각별한 산새마을. 48년 전 산새마을의 첫 입주자였던 이영순 할머니. 수몰 지구였던 행신동에서 산새마을로 강제로 이주하였다. 서울시에서 준 버스를 타고 내리니 허허벌판 공동묘지 터였던 마을.
아이들은 마을에 굴러다는 해골을 발로 차며 축구를 했다. 집도 길도 없던 마을에 천막을 치고 지내던 허허벌판 다섯 명의 아이들을 위해 할머니는 억척스레 돈을 벌었다. 48년의 세월동안 인생을 함께 한 마을, 이곳에서 악착같이 벌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웠다. 마을은 할머니의 인생 그 자체이다.
골목골목 사람 사는 냄새
트럭에 생선을 싣고 돌아다니며 파는 현승원 씨. 40년 동안 이 동네를 드나들다 마을 사람들과 정이 들어 얼마 전 이사를 왔다. 남편을 잃고 포장용 가방 조립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최점순 씨에겐 지원군이 있다. 이웃에 사는 여든넷의 홍경순 할머니. 친구처럼, 모녀처럼 두 여인은 서로 의지하면서 산다.
마을 앞 대로변에서 채소 노점상을 하는 일흔 넷의 유정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행동이 굼뜨다며 종일 잔소리지만 마음속엔 평생 못 입어본 드레스에 구두를 신고 할아버지와 금혼식을 올리고픈 꿈을 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