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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법부, ‘외(畏)’를 외면한 전두환 단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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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법부, ‘외(畏)’를 외면한 전두환 단죄해야

임은희 기자 lehymc@naver.com 입력 2020/12/01 13:25 수정 2020.12.17 19:32
5·18 당시 헬기 사격 만행 진실 규명 넘어 역사의 죄인 처벌이 시대정신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다. 의(義)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됨이 없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허물을 적게 할 수 있다.”

분노 표출하는 5월의 어머니
분노 표출하는 5월의 어머니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강조한 《치현결》에서 나온 공직자의 기본자세다.

지난달 30일 광주지법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사법부가 늦게나마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부끄러운 역사의 진실을 밝힌 것은 천만다행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무장 상태의 500MD 헬기가 사격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을 집필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역사의 과오를 참회하지 못하고 있는 전씨가 지난 2017년 4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에서 발단됐다.

문제의 5·18 당시 헬기 사격 의혹은 역대 정부에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난제였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국회 ‘광주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때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증거 부족으로 무산됐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도 “광주에 투입된 무장 헬기의 이착륙 기록이 없다.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밝혀 진상규명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천인공노할 신군부의 5·18 당시 헬기 사격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로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와 유족들의 恨을 일부나마 달래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문제는 전두환씨의 파렴치한 태도에 있다. 전씨는 이날 법정에 도착해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말조심해 이놈아”라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을 일삼았다. 아직도 자신이 국민에게 저지른 역사적 범죄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전두환 씨는 민주화를 역행한 12·12 불법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범죄자이다. 또한 민주화를 열망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5·18 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짓밟은 역사의 죄인이다. 사법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 만행 진실 규명을 넘어 반드시 역사의 죄인에 대한 단죄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가 국민를 두려워야 할 ‘외(畏)’ 한 자를 저버린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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