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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이나모리 회장의 훌륭한 인격에서 바라본 이건희 상속과 홍원식 퇴진

임은희 기자 lehymc@naver.com 입력 2021/05/04 13:20 수정 2021.05.04 14:20
이나모리 회장 ⓒ 블러그 갈무리
이나모리 회장 ⓒ 블러그 갈무리

세계적인 기업가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일본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다. 지금도 전 세계의 CEO들은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을 금과옥조로 삼아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 중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CEO의 자격으로 ‘훌륭한 인격’을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인격에 대해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행동한다.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윤리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항상 되뇌면서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만이 점차 인격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나모리 회장의 지론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훌륭한 인격’의 조건이 특별한 덕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사람의 기본 상식이다. 최근 상식을 지키는 경영자의 훈훈한 뉴스도 들리지만 우리 경영인 중에는 기본 상식을 잊고 불명예 퇴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 주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최고의 이슈는 故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유산 상속세였다. 고인의 유족들은 26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유산과 관련해 상속세 12조원, 미술품 3조원, 기부금 1조원 등 총 16조원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전 세계 유수의 언론도 세기의 상속세 관련 뉴스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고 한다.

이번 삼성의 유산 상속 결정은 ‘정직하게 행동한다’는 이나모리 회장의 기준을 봤을 때 긍정적이다. 그동안 우리 재벌 기업들은 유산 상속 과정에서 갖은 꼼수를 부리면서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갔다는 의혹이 있었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번 상속 발표는 천문학적 액수보다는 정직한 상속세 납부라는 측면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사례가 국내 재벌 상속 문화의 기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오늘 전격 사퇴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경우는 아직도 일부 대기업의 구시대적 사고가 잔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홍 회장은 최근 불거진 코로나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홍 회장이 자인한대로 남양유업이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명백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을 비롯해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총수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국민의 공분을 사곤 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번 불가리스 사태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불매운동이 확산될 정도로 충격파가 크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태는 결국 오너 사퇴라는 불상사를 자초했다.

후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남양유업은 총수가 퇴진할 정도로 대형 사고를 친 이상 이나모리 회장이 강조한 ‘훌륭한 인격’의 조건을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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