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자 대기업은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고난의 행군을 격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인사 혁신이 단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재용의 삼성도 주력사업인 반도체 임원 3명 중 2명을 50대임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LG와 롯데 등 다른 기업들도 50대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586세대가 주류로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86은 원래 정치권의 젊은 피인 386에서 유래됐다. 이들은 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30대 나이에 정치권에서 급부상한 세대다. 386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이 펼쳐진 민주화 혁명 시기였다. 박종철, 이한열을 비롯해 수많은 386들이 피를 흘리며 쟁취한 것이 민주화였다.
이들이 30대가 된 90년대에는 군부정권 시대가 종식되고 민주 정부가 수립됐다. YS DJ 등 당시 집권층은 386을 전격기용해 민주화 시대의 차세대 주역으로 양성했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국회와 정당에 입성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미래의 주인공으로 성장했다. 한 마디로 벼락 출세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도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답습해 각종 비리와 의혹에 휩싸이며 신악(新樂)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위험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실현하듯 다수의 386들이 영어의 몸이 됐다. 386의 추한 구태답습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이들은 민주화 투쟁 시대의 피와 땀보다는 민주화가 안겨준 달콤한 권력의 단 맛에 더 길들여진 듯하다.
하지만 이제 386은 세월이 흘러 586이 됐다. 일부 586의 삐뚤어진 일탈이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지만 이제는 이들이 대한민국을 이끌 주인공이 된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이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은 태산과 같다,
시선을 경제계로 돌려보자. 50대를 전격 기용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586이다. 이 부회장은 재벌 3세로서 어린 나이에 경영진에 참여했지만 그가 이번에 전격 기용한 586들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가혹한 글로벌 경쟁을 거쳐 생존 정글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그 누구보다도 정글의 냉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낙오가 곧 죽음이고, 처절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전략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경제계는 이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경제계의 586들이 정치권의 일부 586의 일탈을 답습해 부끄러운 역사의 전철을 밟는다면 대함민국의 미래는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잭계의 586은 지난 80년대 민주화 투쟁 시대의 역사적 사명을 수행했듯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